안분낙도

충고를 겸허한 마음으로

Abigail Abigail 2025. 3. 27. 16:00

충고(忠告)를 겸허한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웃의 충고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아집이나 자존심이 지나치게 강한 데서 연유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나와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그의 잘못을 층고 하는 일은 상당히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일찍이 이와 관련하여 성현(聖賢)들의 말씀이 있었으니 이는 다음과 같다.

 

「《주역》함괘(咸卦) 상사(象辭)>에 이르기를, “산 위에 못이 있는 것이 함괘(咸卦)이다.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자신을 비워 남을 받아들인다.” 하였다. 이에 대해 정자(程子)가 말하기를, “군자는 산과 못의 기운이 통하는 형상을 보고서 그 마음을 비워 남을 받아들인다. 마음을 비운다[虛中]는 것은 나의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다. 마음에 사사로운 주장이 없다면 무엇에서나 느껴서 통하지 않음이 없다.” 하였다.」<율곡 이이 선생, ‘성학집요(聖學輯要)’에서>.

 

한편 백강 이경여 선생은 효종대왕에게 말하기를 “이른바 납간[納諫, 간언(諫言)을 따름]이란 뜻을 겸손히 한다는 말인데, 이윤(伊尹)은 ‘뜻에 맞는 말은 도리(道理)에 어그러지는지를 살피라.’하였고, 장손흘(臧孫紇)은 ‘계손(季孫)이 나를 사랑하는 것은 질진(疾疢 겉보기와 맛은 좋으나 해가 되는 것)이다.’하였습니다. 임금이 옳다 하는 것을 따라서 옳다 하고 임금이 그르다 하는 것을 따라서 그르다 한다면, 내 말을 어기지 않는 것은 기쁘더라도 일에 해롭지 않겠습니까. 약을 먹고 어지러운 것은 병에 이롭고 귀에 거슬리는 말은 일에 이로우니, 이것이 주사(周舍)가 입바른 말을 하던 일을 조앙(趙鞅)이 사모한 까닭입니다.”라고 한 바 있다. 이는 1653년 효종 4년 7월 2일 백강 이경여(李敬輿) 선생의 상차문(上箚文)에 나오는 대목이다.

생각건대, 이웃이 내게 해주는 간언이나 충고를 비록 듣기 싫은 말일지언정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잘 듣고 판단하여 타당한 말이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사람은 지혜로울 뿐 아니라 인격이 성숙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지혜롭고 성숙한 인격의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우리는 평소에 인격의 연마와 마음의 수양에 힘쓰면서 살아가야 한다. 한 때라도 방심하면 내 마음한 구석에 잠복해 있던 악한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교만과 아집에 빠지기 쉽다.

 

이와 관련하여 사도 바울(Apostle Paul)은 신도(信徒)들에게 다음과 같이 가르친 바가 있다.

 

“그리스도 안에 무슨 권면이나 사랑의 무슨 위로나 성령의 무슨 교제나 긍휼이나 자비가 있거든 마음을 같이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마음을 품어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중하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빌립보서 2장 1-4절).” 이는 사도 바울이 빌립보 교인들에게 한 말이다.

 

하나님을 사랑함은 물론 이웃을 사랑하여 자기 몸처럼 돌본다면 그 이웃의 충고나 간언을 깊이 새겨듣고 현명하게 판단한 후 바르게 행동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백강 이경여 선생 친필 간찰

선ㅅ2025. 3.27. 素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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