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맑게 하고 힘써 지켜라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만사를 이길 힘은 먼저 내 마음을 맑게 하는 데 있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언 4장 23절).
적막한 빈집에서 빗소리 들려 / 寂歷空齋聽雨聲
일어나 보니 연기가 차가운 성(城) 적시네 / 起看煙火濕寒城
보배로운 책 삼천 권 꺼내 읽고 / 抽繙寶帙三千卷
신묘한 흉중의 계책 점검하노라 / 點檢神棋十萬兵
《주후》 처방 있어 몸조리하고 / 肘後有方存燮理
눈앞에 아무 일 없어 경영을 쉬노라 / 眼中無物息經營
아침 내도록 앉아 높은 회나무 그림자 대하노니 / 終朝坐對高槐影
누가 한가로운 꽃 잡고 홀로 맑음을 비웃었나! / 誰把閑花笑獨淸
타향에서 무슨 일 때문에 스스로 상심하는가 / 他鄕何事自傷心
평원당에 밤 깊어 가누나 / 平遠堂中夜向深
지나간 세월 어찌 붙잡으랴 / 過去光陰寧把翫
한가한 중에 질병이 괴로이 찾아오누나 / 閑來疾病苦侵尋
구름 덮인 산은 아득한데 계절은 저물어 가고 / 雲山渺渺時將暮
세계는 끝없는데 달은 지려 하네 / 世界茫茫月欲沈
다만 갑(匣) 속에 칼 한 자루 있으니 / 獨有匣中孤劍在
시름 속에 닦으며 한번 길게 읊노라. / 愁邊拂拭一長吟
[주-1] 주후(肘後) 처방 : 주후는 진(晉)나라 갈홍(葛洪)이 겨드랑이에 끼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게 만든 의서(醫書)의 이름으로, 《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의 준말이다.
위의 한시는 대제학 서하 이민서 선생의 “평원당에서 비 내리는 속에 즉흥적으로 읊다 2수[平遠堂雨中卽事 二首]”이다.
작은 누정(樓亭)에 나를 담으니,
고요히 지내면서 명문(銘文)을 짓는다.
문장은 실(實)함에서 들뜨지 않고
행실은 명예를 좇지 않는다.
말과 행동은 속됨에 들지 않고
독서는 경전(經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담담함으로 벗을 얻고
옛 것을 스승으로 삼는다.
실천하매 천명(天命)을 어기지 않으니
자나 깨나 맑음 뿐이로다.
위의 글은 조선의 대표적 문인화가(文人畵家) 능호관 이인상 선생이 그의 ‘종강모루(鐘岡茅樓)’에 부친 ‘모루명(茅樓銘)’인데, 그는 평소에 담담한 자세로 옛 것을 스승으로 삼아 경전(經典)을 읽고 배운 바를 실천함으로서 자나 깨나 마음이 맑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오직 너는 스스로 삼가며 네 마음을 힘써 지키라 그리하여 네가 눈으로 본 그 일을 잊어버리지 말라 네가 생존하는 날 동안에 그 일들이 네 마음에서 떠나지 않도록 조심하라 너는 그 일들을 네 아들들과 네 손자들에게 알게 하라.”(신명기 4장 9절).
2025. 4. 7. 素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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