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학문의 길

Abigail Abigail 2024. 9. 22. 01:33

학문(學問)의 길

 

“학문의 길은 다른 것이 없고 그 놓아버린(잃어버린) 마음을 구하는 것일 뿐이다.[學問之道無他 求其放心而已矣.(학문지도무타 구기방심이이의.)]”<맹자(孟子) 고자 상(告子 上)>.

 

율곡 이이 선생은 학문이란 우리의 생활을 떠나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나날의 일들을 해나감에 마땅함을 얻으면 그것이 학문이라고 보았다. 예컨대 부모가 되어서 자애롭고 자식이 되어서 효도하고 젊은이가 되어서 어른을 공경하는 등 일상생활 중에 하는 모든 일들이 이치에 맞아 마땅함을 얻도록 하는 것을 학문이라고 보았다. 이렇게 매사에 하는 일이 이치에 맞도록 하려면 반드시 놓아버린 마음을 구해서 더러워지기 이전의 본래의 선한 상태, 진리를 향한 상태로 회복해야 하는 것이니 맹자는 이것을 학문의 길이라고 말한 것이라 하겠다.

 

이와 관련 백강 이경여 선생은 1623년 3월 25일 인조임금에게 입지(立志)를 강조하여 말하기를 “학문의 도(道)는 오직 자신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예로부터 임금이 향학열(向學熱)은 있으나 입지(立志)가 굳지 못하면 중단을 면치 못하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합니다. 경연에 임할 때 뿐 아니라 한가히 홀로 계실 때라도 조금도 중단이 없게 하면 자연 성취할 것입니다.” 하였다.

 

생각건대 학문의 길로 나감에는 겸허한 마음으로 반드시 동서고금의 불멸의 경전과 고전 그리고 자연의 이치를 연구하여 갈 것이로되, 그 초점은 천지만물을 창조하시고 운용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와 가르침을 알아 가는 데에 있어야할 것이다. 이는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어 모든 불변의 진리를 파악하는 데에는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만 경전 등을 읽는 데 그치지 아니하고 평소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체험으로 터득하며 몸에 익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진리가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모든 세상사와 우주만물의 움직임 모두에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시편 1편에는 학문의 길을 걸어서 복을 누리는 모범적인 사례를 실감나게 묘사 하였으니,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 하나님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시편 1편 1-3절)”라고 하였다.

 

학문을 하는 목적이 놓아버린 마음을 구하여 인격을 함양하고 사리분별력을 갖추어 하는 일이 다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되어 장래에 위태로움이 없고 만인에게 유익하게 하기 위함일 것인데, 백강 이경여 선생은 다음과 같은 시(詩)를 남긴 바 있다.

 

학문은 많이 듣고 널리 물어 의아(疑訝)한 것을 아는데 귀함이 있으니, 배움이 높고 멀리 이르고자 하면 먼저 기약함이 있어야 한다[學貴多聞 且闕疑 升高致遠 有前期(학귀다문 차궐의 승고치원 유전기)].

학문의 길은 천 가지 길, 만 가지 수레바퀴가 있으나 궁극은 하나이니, 반드시 인심(人心)을 옳게 파악해서 위험한 길에 들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이다[千塗萬轍 同歸一 要把人心 戒入危(천도만철 동귀일 요파인심 계입위)].

 

그런데 오늘날에 이르러 매우 유감인 것은 사람들이 학문을 한다고 하면 그저 한 분야의 과학을 연구하여 의식주를 해결하는 방편을 배우고 문화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을 배우는 것으로 생각하고 여기에만 몰두함으로, 마음을 닦아 인격을 함양하고 덕과 선과 의를 실천하도록 하는 공부는 매우 소홀히 하여 왔다는 점이다. 이런 연유로 하여 세상의 인심은 각박하여지고 개인탐욕주의가 크게 위세를 떨치게 됨으로 오늘날 우리사회와 나라가 매우 타락하고 혼탁하게 되어 급기야 나라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조차도 벼랑 끝이 몰리게 된 것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이제라도 모든 국민들의 새로운 각오가 반드시 있어야 하겠다.

 

2024. 9.22. 素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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