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사랑하라
1631년(인조 9년) 10월3일 백강 이경여 선생 등이 임금에게 상차(上箚)하여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사랑할 것을 주문한 글을 소개한다. 인조임금은 이를 매우 타당한 말이라 여겨 좋은 뜻으로 받아들였는데, 오늘날 우리나라의 형편에서도 귀담아 듣고 가슴에 깊이 새겨야할 말씀으로 생각되어 찾아 적는다.
부제학 이경여(李敬輿) 등이 상차하기를,
“신들이 보건대, 근래 대각(臺閣)의 신하가 상의 결점과 시정(時政)의 잘잘못을 가지고 전후에 걸쳐 진달해 아뢴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도 채택하여 받아들인 효과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한 상황에서 미안스런 전교만 내리시어 멀리서부터 오는 사람까지도 막는 결과를 빚고 말았습니다. ~ 이에 저희들은 보잘것없는 역량을 헤아리지 않고 아래에 진달하겠습니다.
첫째는 하늘을 공경하는 일입니다.
임금은 높은 지위에 있고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 두려워 할 것은 하늘뿐입니다. 하늘은 이치이니, 한 생각이 싹틀 때 이치에 합하지 않으면 이는 하늘을 어기는 것이고, 하나의 일을 행할 때 이치를 따르지 않으면 이는 하늘을 소홀히 여기는 것입니다. 옛적의 제왕이 매우 조심하며 상제(上帝)를 대한 듯 행동한 것은 진실로 이 때문입니다. 정성으로 하늘을 섬기면 천명(天命)이 계속 아름답게 내려지지만 하늘을 어기고 이치(理致)를 거스르면 그 천명이 영원히 끝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늘의 마음은 인자하여 차마 갑자기 끊어버리지 못하니, 반드시 재이(災異)를 내려 견책한 뒤 흐리멍덩하게 깨닫지 못하여 끝내 고치지 않은 다음에야 크게 벌을 내리는 것입니다. ~ 하늘이 멸망시키거나 사랑하여 돕는 것은 공경과 불경(不敬), 정성과 불성(不誠)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천명은 일정함이 없으니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전하가 즉위한 이후로 천문 지리 곤충 초목의 재이를 실로 낱낱이 들기가 어렵습니다. 수 년 이래로 종묘의 나무에 벼락이 치고 진전(眞殿)에 불이 났는가 하면 반 년 동안 가뭄이 들고 8월에 큰물이 졌으며 벼가 쓰러지고 나무가 뽑히는 큰 바람이 불었으니, 이는 실로 근고에 없었던 변고입니다. 전하께서는 이를 기수(氣數)와 관계된 현상으로 여겨 스스로 합리화시키십니까. 그렇지 않다면 어찌 크게 삼가고 두려워함이 없으며 크게 절약함이 없으며 크게 시행하고 조치함이 없습니까. 상선(常膳)을 감하고 정전(正殿)을 피하는 것으로 하늘의 노여움을 되돌릴 수 있다고 여기십니까. 옥에 가둔 약간의 죄인을 석방한 것으로 원통함과 억울함이 풀렸다고 생각하십니까. 좋은 말을 구하여 무슨 훌륭한 계책을 얻었으며 진언(進言)한 것 중에 어떤 말이 시행되었습니까. 구하기를 정성스럽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하는 자들이 말을 다하여 하지 않고, 듣기를 정성스럽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간곡히 말한 것이 채택되지 못한 것입니다. 전하가 그런대로 천심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천지신명에게 제사를 올린 일에 불과합니다.
아, 재이는 옛날보다 심하게 발생하는데, 덕을 닦고 몸을 살피는 실상이 전일보다 크게 다름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경계해 드리는 말은 대부분 곧장 물리쳐버렸고 게다가 성상이 거만스럽게 스스로 거룩하게 여긴 나머지 임금의 도가 날로 지나쳐서 좋아하고 미워함을 사사로운 정에 따르므로 상하가 막혔으니, 하늘의 노여움이 그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길 게 없습니다. 태백이 낮에 나타나 한 달이 지나도록 없어지지 않고 우레와 우박의 변고가 또 8월에 발생하는 등 변괴가 갈수록 더 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홍수와 가뭄으로 이랑에 남은 화곡(禾穀)이 얼마 없으니, 백성들이 일년 내내 애써가며 목숨을 부지하려고 수확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던 것이 모두 손상되었습니다. 가련한 우리 백성들이 무엇을 가지고 세월을 연명하겠습니까. 안락한 태평 시대에도 이렇듯 거듭 변괴가 발생하면 국가가 보존되기만 해도 다행입니다. 더구나 오늘의 국세(國勢)와 오늘의 어려움과 오늘의 민심을 가지고 전하께서는 수년간이라도 무사히 보존할 수 있으리라고 여기십니까. 어찌 크게 한심스럽지 않겠습니까.
재앙이나 복은 자신이 초래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삼가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잘못을 깊이 징계하고 스스로 장래의 복을 구하여 상림(桑林)의 육책(六責)으로 몸을 살펴 반성하고 운한(雲漢)의 8장(八章)으로 몸을 기울여 덕을 닦으소서. 심술(心術)의 은미한 곳으로부터 궁정의 사람 없는 곳과 동작하고 이야기하는 사이에 이르기까지 삼가 공순하고 공경히 두려워하지 않음이 없게 하소서. 천명을 스스로 헤아려 천리(天理)로써 보존하고 자연의 법칙으로써 움직여, 공경하고 조심스럽게 하기를 마치 효자가 어버이를 섬길 때 힘써 성의를 쌓아 기필코 즐겁게 되시도록 하는 것과 같이 하소서. 그리고 애통하시는 전교를 시원스럽게 발표하여 과거의 허물을 사과하고 널리 직언(直言)을 구하며 덕 있는 사람을 모두 받아들여 적소에 앉혀 쓰되 전일처럼 형식적으로 끝나지 않게 하여 재이를 소멸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하소서.
또 한 가지는 백성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늘이 임금을 세우는 목적은 진실로 이 백성을 돕기 위함이지 한 사람의 편안함만을 도모해 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사랑하면 임금이고 학대하면 원수이니, 민심의 향배에 따라 나라가 보존되거나 망하거나 하는 것입니다. 명철한 임금과 훌륭한 제왕이 백성들의 뜻이 험악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썩은 새끼줄로 6마(馬)를 모는 것처럼 조심하며 경계하지 않은 경우가 없었던 것은 실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 백성들은 일정하게 사모하는 바가 없어서 인덕(仁德)이 있는 이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니, 심산궁곡에서도 기뻐 춤을 추지 않는 사람이 없어서 마치 호랑이의 입을 벗어나 자애로운 어머니에게 돌아가는 것과 같은 것인데, 이런 때에 백성을 보호하여 왕이 되는 것은 마치 손을 뒤집는 것과 같이 쉬운 일입니다.
그런데 유사(有司)가 위로 상의 뜻을 체득하지 못하고 시정(施政)을 잘못하여 작은 비용을 아끼다가 큰 신의를 잊는가 하면 작은 사무를 먼저하고 원대한 계획은 뒤로 돌리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죄를 씻어준다는 은혜가 도리어 신의를 잃는 결과가 되고 변통(變通)한다는 정사가 끝내 분란의 단서만 조성하게끔 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훈신(勳臣)이 간혹 조정의 처치를 기다리지도 않고 자신의 토지를 넓히려는 욕심을 다투어 채우고 있습니다. 지난 시절 농민들이 권간(權奸)에게 탈취당한 것들을 문서가 있는지도 묻지 않고 옳고 그름이 어떤지를 따지지도 않은 채 돈에 눈이 먼 사람들처럼 서로들 점유하여 한량없이 욕심을 채운 뒤에야 그만둡니다. 예로부터 봉지(封地)를 정하여 상을 시행할 때는 각각 제한을 두어 공의 경중에 따라 천 호(戶)나 만 호를 주었으니, 오늘날처럼 문란해져 질서도 없고 제한도 두지 않음으로써 듣고 보는 대로 스스로 취하도록 한 일은 있지 않았습니다. 10년간 탈취당하여 원망을 품은 채 때를 기다리던 자들의 시름과 원망이 정반대로 바뀌어 얼굴 펴며 기뻐하던 것이 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걱정거리로 변하였고 보면 지금도 그대로 전철을 밟는 꼴이 되어 주인만 바뀌었을 뿐 탈취당하는 것은 매한가지이니, 백성에게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이것이 처음에 잘못하여 백성들의 원망이 일어나게 된 까닭인 것입니다.
각 아문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폐단에 대해서는 지난번 본관(本館)의 논차(論箚)에서 이미 다 말씀드렸기에 신들이 감히 다시 번거롭게 하지 않겠습니다마는, 오늘날 백성의 피해로 이보다 더 큰 것이 없는데, 지방 사람도 물론 감당하지 못하나 서울의 백성들은 더욱 심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그 이웃과 종족까지 불법으로 탈취를 당하여 파산하고 떠돌아다니며 길거리에서 원망하고 울부짖는 모습을 전하께서는 필시 듣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전하는 백성의 부모이니, 그들의 가렵고 아픈 것을 마치 내 몸에 있는 것처럼 보아야 하는데, 어찌 백성에게 차마 못할 짓을 하십니까. 어찌 꼭 이(利)만 말하면서 강한 의지를 분발하여 이 좋지 않은 풍습과 고질적인 폐단을 말끔히 씻어버리지 않으십니까. 차라리 도둑질하는 신하를 두겠다는 말을 신 등은 성인(聖人)의 훈계로서 너무 지나치다고 마음속에 의심하였는데, 지금의 일로 보면 자못 더 심한 바가 있습니다.
[주-1] 상림(桑林)의 육책(六責) :
은(殷)나라 시조 성탕(成湯)이 7년 동안 가뭄이 계속되자 상림에서 비를 빌며 자책한 여섯 가지. 곧 정치가 잘 조절되지 않았는지, 백성을 병들게 하지 않았는지, 궁실이 지나치게 화려하지나 않았는지, 여자의 청탁이 성행하지 않았는지, 뇌물이 공공연히 행해지지 않았는지, 참소하는 사람은 없었는지 한 것이다. 《순자(荀子)》 27 대략(大略).
[주-2] 운한(雲漢)의 8장(八章) :
운한은 가뭄을 하늘에 하소연한 《시경》 대아(大雅)의 편명(篇名)으로, 주 선왕(周宣王)이 여왕(厲王)의 폭정을 이어 받아 잘 다스리려는 뜻이 있었으나 한발을 만나자 두려워하면서 하늘에 하소연한 내용이다.
[주-3] 차라리 …… 말 :
백성의 재물을 긁어모으는 신하를 두기보다는 차라리 도둑질하는 신하를 두는 것이 낫다는 맹헌자(孟獻子)의 말.《대학(大學)》 전(傳) 10장.
생각건대 지금의 집권세력이나 차기집권을 노리는 세력은 무엇보다 “정성으로 하늘을 섬기면 천명(天命)이 계속 아름답게 내려지지만 하늘을 어기고 이치(理致)를 거스르면 그 천명이 영원히 끝나는 것입니다” 라는 말을 가슴 판에 깊이 새기고 나라 일에 임하기를 바란다. 거짓과 위선은 언젠가 반드시 들어나게 마련이니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는가?
또 위에 “하늘의 마음은 인자하여 차마 갑자기 끊어버리지 못하니, 반드시 재이(災異)를 내려 견책한 뒤 흐리멍덩하게 깨닫지 못하여 끝내 고치지 않은 다음에야 크게 벌을 내리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는데, 지금 코로나 사태로 야기된 논란이 극심한 백신패스와 아이들 백신 투여에 반대하는 학부모등 국민들의 격렬한 반대 움직임을 보면서 적어도 이 일은 반드시 깊이 숙고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실시 전에 먼저 온 국민 참여 토론대회를 먼저 열어야할 일이라고 본다.
2021.11.10. 素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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