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하늘의 이치는 어디에

Abigail Abigail 2025. 10. 4. 00:32

하늘의 이치(理致)는 어디에

 

화복의 설이 / 禍福之說

어디에서 왔는지 나는 모르겠지만 / 余未知其何從

착하다고 꼭 복 받고 악하다고 꼭 흉하지는 않으니 / 善不必祿惡不必凶

어찌 하늘의 좋아하고 싫어함 사람과 같지 않는가 / 豈天好惡與人不同

위에 있는 저 하늘은 / 抑蒼蒼之在上

아득해서 서로 관여하지 않으니 / 邈然不爲之相關

만 가지 변화 어지럽게 뒤섞임에 / 紛萬化之糾錯

뉘라서 그 이유 따질 수 있으랴 / 孰詰其端

돌아보면 ‘신(神)의 도(道)’는 궁구할 수 없기에 / 顧神理之莫究

선(善)을 행하는 데 혹 게으를까 두렵구나 / 恐爲善之或怠

<출처 : 한포재 이건명 선생, ‘종생 김진성 애사(從甥金鎭成哀辭)’>

 

인생의 가치는 사람이 걸어가야 할 ‘신(神)의 도(道)’를 알아내고, 그 도에 따라 모든 것을 걸고 혼신(渾身)의 힘을 다해 살아가는 데에 달려있다. 인간은 그래야만 하나님의 인정을 받을 수 있고 영혼의 만족을 느낄 수가 있는 신령(神靈)한 존재이다. “아침에 도(道)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조문도 석사가의.(朝聞道 夕死可矣.)]”<논어(論語) 이인(里仁) 8장>. ‘신(神)의 도(道)’를 깨달으면 죽어도 여한(餘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즉 우리에게는 ‘신(神)의 도(道)’, 즉 ‘하늘의 이치(理致)’를 깨닫는 지혜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혜는 진리를 파악하고 실천하는 능력이다. “지혜는 가장 소중한 것이다. 지혜를 얻어라 그 어떤 것을 희생하고서라도 명철(明哲)을 얻어라”(잠언 4장 7절).

 

그러면, 우리는 ‘하늘의 이치(理致)’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이와 관련, 백강 이경여 선생이 말하기를 “하늘은 이치(理致)이니, 한 생각이 싹틀 때 이치에 합하지 않으면 이는 하늘을 어기는 것이고, 하나의 일을 행할 때 이치를 따르지 않으면 이는 하늘을 소홀히 여기는 것입니다. ··· 정성으로 하늘을 섬기면 천명(天命}이 계속 아름답게 내려지지만 하늘을 어기고 이치를 거스르면 천명이 영원히 끝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늘의 마음은 인자하여 차마 갑자기 끊어버리지 못하니, 반드시 재이(災異)를 내려 견책한 뒤 그래도 깨닫지 못하여 끝내 고치지 않은 다음에야 크게 벌을 내리는 것입니다. ··· 하늘이 멸망시키거나 사랑하여 돕는 것은 공경과 불경(不敬), 정성과 불성(不誠)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천명(天命)은 일정함이 없으니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심술(心術)의 은미한 곳으로부터 매사에 삼가 공순하고 공경히 두려워하지 않음이 없게 하소서. 천명을 스스로 헤아려 천리(天理)로써 보존하고 자연의 법칙으로써 움직여, 공경하고 조심스럽게 하기를 효자가 어버이를 섬길 때 힘써 성의(誠意)를 쌓는 것과 같이 하소서.<조선왕조실록 1631년(인조 9년) 10월 3일 백강 이경여 선생 상차문(上箚文)>”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혜의 부족함을 느낄 때 어찌해야 하나? 성경은 말하기를 “너희 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 오직 믿음으로 구하고 조금도 의심하지 말라 의심하는 자는 마치 바람에 밀려 요동하는 바다 물결 같으니라(야고보 1장 5-6절).”라고 하였다.

 

생각건대, 우리가 지혜를 얻어 하늘의 이치를 깨닫고 실천하는 삶을 살고자 하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성경을 비롯한 인류역사상 불멸의 경전(經典), 고전(古典)들을 읽고 아울러 자연의 법칙들을 연구하며 하나님과 기도로 소통하며 살아가야 한다. 죄 많은 속세의 인간들이 하는 말들에는 구애(拘碍) 받지 말아야 한다. 이리하여 하늘의 이치를 깨닫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과 영혼의 평안과 즐거움을 지니며 영원한 생명과 복락(福樂)을 누릴 것이니 그 이상 복(福) 받은 인생은 없다. ‘하늘의 이치’는 현세(現世)만을 바라보면 알 수가 없고 육신(肉身)이 멸한 후 다가올 내세(來世)를 고려해야만 알 수가 있다.

 

2025.10. 4. 素澹

 

* 종생 김진성 애사〔從甥金鎭成哀辭〕*

······················································· 한포재 이건명 선생

아 / 嗟乎

화복의 설이 / 禍福之說

어디에서 왔는지 나는 모르겠지만 / 余未知其何從

착하다고 꼭 복 받고 악하다고 꼭 흉하지는 않으니 / 善不必祿惡不必凶

어찌 하늘의 좋아하고 싫어함 사람과 같지 않는가 / 豈天好惡與人不同

위에 있는 저 하늘은 / 抑蒼蒼之在上

아득해서 서로 관여하지 않으니 / 邈然不爲之相關

만 가지 변화 어지럽게 뒤섞임에 / 紛萬化之糾錯

뉘라서 그 이유 따질 수 있으랴 / 孰詰其端

아, 너는 태어나서 / 嗟爾之生

영특한 지혜가 일찌감치 이루어졌으니 / 英慧夙成

단련하지 않은 금 같았고 / 如金未鍊

정기 머금은 옥 같았지 / 如玉含精

뿌리에 물 대고 열매 따 먹게 하여 / 庶幾漑根而食實

옛 집안의 명성 잇길 바랐는데 / 繼舊家之風聲

일찍이 부모 영영 잃었고 / 夙永失於怙恃

병도 진즉 창자에 달라붙어 / 病已着於膏肓

스무 해 동안 점점 깊어졌으니 / 廿載沈頓

세상엔 편작과 창공 없었네 / 世無扁倉

그런데도 경전 탐구하기를 / 猶探賾於墳典

입에 맞는 추환처럼 하였지 / 若芻豢之悅口

참으로 근심 걱정이 너를 옥으로 이루어 줘서 / 信憂戚之玉汝

오늘의 성취 보여 줄까 했지만 / 指此日之成就

어찌 그리도 운명이 궁하며 / 何命之窮

어찌 그리도 목숨을 재촉했더냐 / 何壽之促

현안처럼 숙병을 치료하지 못했고 / 玄晏之沈痾未瘳

백도처럼 후사를 맡길 곳 없는데 / 伯道之繼嗣無托

하물며 두 집안의 제사가 / 況兩家之烝嘗

네 한 몸에 이르러 끊어졌도다 / 至一身而殄絶

세상에는 혹 재앙 많이 걸리는 일 있지만 / 世或多於遘禍

일찍이 이렇게 가혹한 적은 없었네 / 曾未有此酷烈

너의 집에 가서 곡하니 / 向哭其堂

붉은 명정이 벽에 걸렸는데 / 丹旌在壁

뜰에는 여막 없고 / 庭無倚廬

방에는 낮에 곡하는 이 없도다 / 室無晝哭

저승의 단란한 모임 상상해 보면 / 想地下之團會

어찌 이 세상에 연연해하랴 / 亦豈戀於斯世

돌아보면 신의 도는 궁구할 수 없기에 / 顧神理之莫究

선을 행하는 데 혹 게으를까 두렵구나 / 恐爲善之或怠

내 눈물 닦고 너 떠나는 걸 전송하면서 / 雪余涕而送爾歸

흐릿한 하늘을 우러러보노라 / 仰玄穹之曖曖

<출처 : 한포재집(寒圃齋集) 제10권 / 애사(哀辭)>

[주-1] 김진성(金鎭成) :

이민적(李敏迪)의 큰사위인 김만견(金萬堅)의 둘째 아들로, 요절하였다. 《疎齋集 卷16 先考竹西府君行狀, 韓國文集叢刊 172輯》

[주-2] 경전(經典) …… 하였지 :

맛있는 음식을 즐기듯 경전에 심취하였음을 가리킨다. 《맹자》 〈고자 상(告子上)〉에 “의리가 나의 마음을 즐겁게 함은 추환이 나의 입을 즐겁게 함과 같다.[義理之悅我心, 猶芻豢之悅我口.]”라고 하였다.

[주-3] 현안(玄晏) :

황보밀(皇甫謐, 215~282)로, 자는 사안(士安), 호는 현안 선생이다. 평생 풍비(風痹)에 시달리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은거하며 저술활동에 힘쓰다가 생을 마쳤다. 《晉書 卷51 皇甫謐列傳》

[주-4] 백도(伯道) :

진(晉)나라의 등유(鄧攸)의 자이다. 석륵(石勒)의 난 때에 자기 아들을 버리고 조카만 데리고 갔는데, 결국 그는 자식을 두지 못하였다. 《晉書 卷90 鄧攸列傳》

[주-5] 낮에 …… 없도다 :

김진성의 아내도 벌써 죽었다는 말이다. 춘추 시대에 경강(敬姜)이 남편 목백(穆伯)의 상을 당해서는 낮에만 곡을 하고, 아들 문백(文伯)의 상을 당해서는 주야로 곡을 하였는데, 공자(孔子)가 이를 두고 예(禮)를 안다고 평했다. 《禮記 檀弓下》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문화연구원 | 전형윤 채현경 이주형 유영봉 (공역)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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