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이성

믿음과 이성(理性)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성(理性)을 주셨다. 우리는 이 귀한 하나님의 선물을 잘 갈고 닦아 우리의 일들에 유익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는 유한(有限)한 존재일 뿐이다. 마치 누에고치가 고치집을 벗어나 세상에 나올 때 까지는 세상을 볼 수 없듯이, 우리도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 천국에 이르러서야만 하나님의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우리의 이성만으로는 하나님의 크고 깊은 섭리(攝理)를 다 알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귀한 선물인 이성을 잘 갈고 닦고 활용하여 하나님에 대한 올바른 믿음을 갖고 미혹(迷惑)된 길로 빠지지 아니하도록 하여야할 것이다.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올바른 믿음은 우리들의 이성의 결실을 모두 내포하며 나아가 그것을 뛰어 넘는 것이다. “대저 여호와 하나님은 지혜를 주시며 지식과 명철(明哲)을 그 입에서 내심이며” (잠언 2장 6절).

 

조선 중기의 명신(名臣) 백강 이경여 선생이 조정(朝廷)에서 가장 강조하신 “하늘을 섬기는 도리(道理)”는 이러한 우리들의 이성과 노력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섭리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기독교가 전래되기 이전에도 이미 감지하였음을 말하고 있으며, 그는 이를 실천하는 방안으로는 “마음의 수양(修養)” 특히 “신독(愼獨)[또는 근독(謹獨) : 비록 혼자 있을 때라도 어그러짐이 없는 마음과 생활의 자세]”을 강조하였으니 이는 예수 그리스도가 수시로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홀로 가서 기도하시곤 한 것과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북아일랜드의 신학자 앨리스터 맥그러스(Alister McGrath)는 말하기를「믿음은 증거를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습니다. 증거는 우리에게 “거기에 다른 세상이 있다고 말하고 이성으로 판단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고 말합니다.」라고 하였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객관적 사실과 반대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믿음과 사실 모두 다 하나님을 깊이 아는데 도움이 된다. 이성을 통하여 사실을 연구할 때에 우리는 그 연장선상에서 확고한 믿음의 길로 나갈 수가 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實像)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히브리서 11장 1절).

 

우리는 이성만을 통해서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 그리스도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성을 버려야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선물인 이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진리를 따라 사는데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다만 우리의 이성을 뛰어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음을 믿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백강 이경여 선생의 “하늘을 섬기는 도리(道理)”는 바로 이점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백강 이경여 선생이 말한 바대로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를 그가 창조하신 우주만물의 움직임, 자연의 이치 속에서도 알 수가 있다.

만리장성

2025. 6. 3. 素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