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분낙도

무엇을 따라 살 것인가

Abigail Abigail 2024. 12. 28. 18:21

부여동매 부산서원 백강마을 백마강변

무엇을 따라 살 것인가

········································· 느낌인가, 생각인가, 하나님의 목적인가?

 

불교에서는 “삼사화합촉(三事和合觸)”이란 말을 내세우며 인생은 느낌에 따라 좌우되고 느낌에 따라 흘러간다고 본다.

 

불교 심리학에 나오는 “삼사화합촉(三事和合觸)”이란 말은 느낌발생에 관여하는 요소는 몸의 감각기관, 의식(意識), 대상(對象), 이 세 가지이며 이들은 상호작용하면서 느낌의 발생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느낌이 이끄는 대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먼저 몸의 감각기관에 의해서 외적인 자극이 오면, 의식은 이것을 수용하고 의미를 부여하여 새롭게 그것을 구성하여 대상을 만든다. 이를테면 차를 마시면서 코로 레몬향기의 자극을 받게 되면, 의식은 그 냄새의 자극을 수용하여 ‘이 레몬향기 참 좋구나.’라고 하고, 나아가 외적인 자극을 내면화시켜서 대상화시킨다. 이렇게 하여 발생한 느낌은 애착과 두려움 등을 불러일으키고, 애착은 대상을 소유하고자하는 열망을 낳고, 두려움은 대상으로부터의 회피를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이란 따지고 보면, 느낌에서 비롯된 애증(愛憎)의 변주곡이라고 볼 것이다. 달콤한 느낌에 대한 끊임없는 애착과 고통스런 느낌에 대한 격렬한 저항이 바로 우리 삶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런대 이와 달리 인생은 자신의 생각에 따라 좌우되고 자신이 품은 생각에 따라 흘러간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인간은 매우 나약한 갈대와 같은 존재이나 그 근저(根底)에는 생각이 있다는 것이고 결국 이 생각에 따라 자신의 인생의 모습이 형성되어 간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사상가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은 그의 《팡세》의 서두에서 “인간은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이다.”라고 말하였다. 인간은 이 광대무변한 대자연 가운데 ‘한 개의 갈대’와 같이 가냘픈 존재에 지나지 않으나, 생각하는 데 따라서는 이 우주를 포옹할 수도 있는 위대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철학자 윌리암 제임스(William James)는 말하기를 “행동이 느낌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행동과 느낌이 함께 작용한다. 그래서 먼저 행동을 통제하면 느낌 역시 통제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일부러라도 활기 있게 지내고 미소 짓는 행동을 계속하면 행복의 느낌이나 감정이 뒤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대 행동을 좌우하는 것은 생각이니 결국 생각이 인생을 좌우하게 된다는 것으로 볼 수가 있다.

 

같은 맥락으로 백강 이경여 선생도 성심(聖心)을 무엇보다 강조하였으니, 1653년(효종4년) 7월2일 백강 이경여 선생은 진리를 찾아 바르게 사는 길로서 성심(聖心)을 지니고 정진(精進)할 것을 다음과 같이 효종대왕에게 상차(上箚)한 바 있다.

 

“대개 본심이 지켜지지 않으면 덥지 않아도 답답하고 춥지 않아도 떨리며 미워할 것이 없어도 노엽고 좋아할 것이 없어도 기쁜 법이니, 이 때문에 군자에게는 그 마음을 바루는 것보 다 중대한 것이 없는 것입니다. 이 마음이 바로 잡히고 나면 덥더라도 답답하지 않고 춥더라도 떨리지 않으며 기뻐할 만해야 기뻐하고 노여울 만해야 노여우니, 주자(朱子)가 이른바 대근본(大根本)이라는 것이 이것입니다. 이 성심(聖心)을 함양하는 방도도 불씨(佛氏)처럼 면벽(面壁)하거나 도가(道家)처럼 청정(淸淨)하고 마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발동되기 전에 지키고 발동된 뒤에 살피며 미리 기필하지 말고 잊지도 말아 보존해 마지않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비고 밝은 한 조각 마음이 그 속에 거두어져 있어 북돋는 것이 깊고 두터우며 이(理)가 밝고 의(義)가 정(精)하여 경계하고 삼가고 두렵게 여기는 것이 잠시도 떠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근본이 이미 굳어져서 어느 것을 취하여도 본원(本源)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지키고 버리는 사이에서 주재(主宰)하는 것이 없으면 마음이 이미 없는 것이니, 어찌 외물(外物)에 대응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나는 우리의 삶은 느낌이나 생각 등으로 좌우되기 보다는 보다 더 숭고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인생은 절대적 가치를 부여 받지 못하고 변화되고 흔들리는 느낌이나 생각에 좌우되는 미약한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이 전부터 계획하신 숭고한 목적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매우 존귀한 존재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인생을 하나님이 각자의 인생에 대해 기대하는 목적에 따라 살아가야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의 삶은 각기 그 확고한 목적과 비전을 갖게 되는 것이고, 우리는 그로 인하여 하나님과 동행하며 늘 소망과 기쁨과 평안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복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오늘의 주어진 제반 형편을 넘어서서 하나님의 내 인생을 향한 목적을 바라보고, 모든 것을 합력하게 하여 선(善)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이 부르신 목적을 향하여 활기찬 나날을 살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길만이 우리에게 참된 축복으로 나아 가도록하는 길이며 바른 삶으로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合力)하여 선(善)을 이루느니라.”(로마서 8장 28절).

 

결론적으로, 우리 각자의 인생은 하나님이 그의 형상에 따라 영혼까지도 부여하시고 창조하신 가장 고귀한 존재인 만큼 마땅히 하나님의 내 인생을 향한 목적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항상 어떤 생각을 내 마음에 품는지 각별히 주의해야 하며 아울러 내가 어떤 느낌을 지니고 있는지도 잘 살펴서 악마의 궤계(詭計)에 빠지지 않도록 하여야할 것이다. 생각건대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이토록 심각하게 흔들리고 존망의 위기에 처하게 된 근저에는 많은 우리 국민들이 각자 자기의 인생을 향한 하나님의 숭고한 목적을 바라보고 품은 생각과 일어나는 느낌에 주의하여 진리와 정의의 길로 달려오지 아니하고 살아온 부실하고 부도덕한 삶의 자세가 놓여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전 국민적인 정신문화개혁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2024.12.28. 素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