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禮)는 선(善)을 향한 정성, 국가 치란(治亂)의 관건
사계 김장생 선생은 율곡 이이 선생의 적통을 이어받아 조선예학을 정비한 우리 예학의 종장(宗匠)으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국가정신과 사회발전의 방향을 정립한 주역으로, 그가 예론(禮論)에 큰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모든 인간이 어질고 바른 마음으로 서로를 도와가며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개개인의 행동방식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질서가 필요하다’고 보았고, 그것을 예(禮)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계 선생은 예(禮)는 의식이나, 절차에 있지 아니하며 오로지 "마음의 정성"에 달려있다고 하였다.
『사계 김장생이 일찍이 시골마을에 있을 때에 어떤 사람이 와서 여쭈어 말하기를 “오늘 집안의 개가 새끼를 낳아 정결치 못하니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이 옳겠습니까?”라고 하니 선생이“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또 어떤 사람이 와서 여쭈어 말하기를“집안에 아이를 낳은 일이 있으나 제삿날을 당하였으니 예를 폐할 수 없으므로 제사를 지내는 것이 옳겠습니까?”라고 하니 선생이 말하기를“그렇게 하라”고하였다. 옆에 있던 사람이 이 말을 듣고 이상하게 생각하니 선생이 말하기를“앞의 사람은 정성이 없어서 제사를 지내고자 하지 않고, 뒤의 사람은 정성이 있으므로 제사를 지내고자하니 예는 겉으로 드러나는 의식(儀式)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정성스러움에 있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위는 현실적인 예의 실천에 관하여 사계 선생과 관련된 일화이다. 사계 선생이 생각하기에 예의 본질은 정성스러움에 있었다. 따라서 그는 정성이 없이 단지 흉내만 내는 것은 진정한 예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런 그의 생각은 역대상 28장 9절의 “나의 아들 솔로몬아, 너는 네 아버지 다윗의 하나님을 바로 알고, 온전한 마음과 기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섬기도록 하여라. 하나님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살피시고 모든 생각과 의도를 살피신다.”라는 말씀과 같은 취지로 볼 수 있다.
또한 사계 선생은 예의 가치는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善)을 행하는 데 있으며, 인간의 우열을 가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을 다하여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데 있다고 하였다.
아울러 사계 선생은 예가 다스려지면 국가가 다스려지고 예가 문란해지면 국가가 혼란해진다고 하여, 예를 국가 치란(治亂)의 관건으로 보았다. 즉 사계 선생의 정치사상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治國)이란 인간사회의 조화를 성취한다는 목표가 가장 우선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사람들을 가르쳐 예절 바르게 살아가도록 하는 예교(禮敎)와, 다른 사람을 다스리는 정치를 일원화시킨 것이다. 이러한 사계 선생의 예학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조선사회의 사회질서와 국가를 재건하기 위한 실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선생은 예의 본질에는 선(善), 정성과 같은 변치 않는 덕목(德目)이 있는 반면, 예의 형식은 시간과 장소 그리고 대상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17세기 예학과 사계 선생의 이런 사상은 지성사적 차원에서 우리 예제(禮制)의 근간을 이룩했다는 학문적 평가를 뛰어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예학(禮學)의 근본정신에 입각한 마음과 행실을 통하여 가정 그리고 사회, 국가의 모든 분야에서의 건실함을 확보하고 나아가 창조성을 발휘하라는 훌륭한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다고 본다.
<참조: 논산문화원, ‘영원한 선비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
2023. 4.26. 素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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