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 창은당에서 느낌이 일다 (永柔彰恩堂有感)

영유 창은당에서 느낌이 일다 (永柔彰恩堂有感)

································································· 한포재 이건명 선조

 

신축년(1661, 현종2)에 백부 원주(이민장)공이 부모 봉양을 위해 이 고을을 다스리고 있었는데, 선군(서하 이민서공)과 중부 죽서(이만적)공이 함께 옥당에 휴가를 청하여 여기로 와서 모였다. 마침 당이 완성되어 ‘창은(彰恩)’이라고 편액하였으니, 이는 성상의 은혜를 빛내려고 한 것이다. 선군이 지은 기문이 아직도 벽에 걸려 있다. 작년 겨울에 백씨가 상소를 올렸다가 성상의 뜻에 거슬려 특명으로 영유현에 보임되자, 올 봄에 내가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 우리 형제도 함께 벼슬하면서 46년 뒤에 다시 여기에서 모이게 되었으니, 지난날과 오늘을 살펴봄에 서글픈 감회를 금치 못하고 삼가 율시 한 수를 짓는다.

 

전후로 내린 성상의 은혜가 한 관직을 빛냈는데前後恩榮侈一官

어느덧 사십 육년의 세월이 흘렀구려光陰四十六年間

담장 동쪽으로 우뚝한 옛 집이 있고巋然舊宇墻東在

완연한 기문이 벽 위에 보이네宛爾遺篇壁上看

당시엔 아가위 꽃이 빛을 비추더니棣萼當時曾映色

오늘은 노래자의 색동옷을 다시 펼쳤다오萊衣此日更披斑

이제부터 계술하려거든 다른 거 없나니從今繼述無他事

함께 맑은 조정에 충심을 바쳐야하리共勖淸朝勵寸丹

 

1) 신축년에……있었는데 : ‘백부 원주공’은 원주 목사(原州牧使)를 지낸 이민장(李敏章, 1620~1694)을 가리킨다. 이민장은 1660년 7월 21일에 영유 현령(永柔縣令)에 제수되었다.《承政院日記 顯宗 1年 7月 21日》지금의 평안남도 평원군.

2) 선군이 지은 기문 : 이 글은 《서하집(西河集)》권13에 실린 〈영유창은당기(永柔彰恩堂記)〉를 가리킨다.

3) 작년……보임되자 : 백씨는 이관명(李觀命)이다. 1705년(숙종31) 12월 1일에 영유 현령에 임명되었다.

4) 아가위 꽃 : 형제를 가리킨다. 《시경》〈상체(常棣)〉에 “아가위 꽃이여, 드러남이 화려하지 않은가. 모든 지금 사람들은 형제만한 이가 없느니라.[常棣之華, 萼不韡韡? 凡今之人, 莫如兄弟.]”라고 하였다.

5) 노래자의 색동옷 : 효자가 어버이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입은 옷으로, 70세 된 노래자(老萊子)가 일부러 색동옷을 입고 부모의 곁에서 새 새끼를 가지고 놀며 즐겁게 해 드린 고사가 있다.《初學記 卷17 孝子傳》

6) 계술 : 원문의 ‘繼述’은 ‘繼志述事’의 준말로, 계지는 어버이의 뜻을 잘 계승하는 것을 말하며, 술사는 어버이의 일을 잘 따라서 하는 것을 말한다. 공자가 말하기를, “무왕(武王)과 주공(周公)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칭찬하는 효자일 것이다. 효란 것은 어버이의 뜻을 잘 계승하며, 어버이의 일을 잘 따라 행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하였다.《中庸章句 第19章》

 

<출처 : 한포재집>

 

‘繼述’은 ‘繼志述事’의 준말로, 계지는 어버이의 뜻을 잘 계승하는 것을 말하며, 술사는 어버이의 일을 잘 따라서 하는 것을 말한다. 공자가 말하기를, “무왕(武王)과 주공(周公)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칭찬하는 효자일 것이다. 효란 것은 어버이의 뜻을 잘 계승하며, 어버이의 일을 잘 따라 행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하였다.《中庸章句 第19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