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기 끝내 시행되니 하늘은 무슨 까닭인가 (陰機竟售天何故)
1717년 9월 정유독대를 통해 숙종대왕의 뜻을 받아들고 연잉군(훗날 영조대왕)을 세우려다 탐욕스럽고 간사한 자들의 모함을 받아 많은 충신들이 참화를 당한 것이 신임사화이다. 바로 음기(陰機)가 끝내 시행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늘의 뜻은 거기서 그치지 않아 간사한 자들의 악행이 들어나고 영조대왕이 등극하여 나라의 정의(正義)와 기강을 다시 바로세우고 영·정조 부흥의 시대를 새롭게 열어나갔다.
이에 대해 훗날 도곡 이의현 선생은 “이 충민공 건명 의 천장에 대한 만사(李忠愍公 健命 遷葬挽)”에서 가장 큰 참화를 당했던 충신 한포재 이건명 선생을 다음과 같이 기리고 있다 <출처 : 도곡집(陶谷集)>.
아 공의 충의는 우리 동방에 으뜸이니 / 嗟公忠義冠吾東
고금의 인물 중에 누구와 비교하랴 / 今古人誰較異同
경연 앞에서 눈물 흘리며 큰 계책을 바로잡았고 / 涕淚筵前匡大策
국경 밖에서 주선하며 간절한 충정 다하였네 / 周旋疆外罄危衷
음기 끝내 시행되니 하늘은 무슨 까닭인가 / 陰機竟售天何故
떼적을 열어젖히니 해가 중천에 떴다오 / 幽蔀俄開日正中
게려하는 임금의 은택이야 예전과 같지만 / 揭厲恩波如宿昔
구원에서 살아오기 어려우니 남은 슬픔 있구나 / 九原難作有餘恫
[주-D001] 이 충민공(李忠愍公) :
이건명(李健命, 1663~1722)으로, 자는 중강(仲剛), 호는 한포재(寒圃齋), 관향은 완산이며 충민(忠愍)은 시호로, 대제학 판서 민서(敏敍)의 아들이다. 1686년 춘당대 문과에 급제하고 벼슬이 좌의정에 이르렀는데, 노론 사대신 중의 한 분이다. 신임사화에 전라도 흥양(興陽)의 나로도(羅老島)에 위리안치 되었고, 결국 그해 8월에 참수형에 처해졌다. 시문에 능하였으며, 문집인 《한포재집》 10권이 전한다.
[주-D002] 국경 …… 다하였네 :
이건명은 1698년 서장관으로 청나라에 다녀왔을 뿐만 아니라, 1721년 책봉주청사(冊封奏請使)로 청나라에 가서 경종의 음위증(陰痿症)을 구실로 청나라를 설득하여 연잉군의 세제 책봉을 승인받았는바, 이 일을 말한 것이다. 음위증은 양기 부족을 이른다.
[주-D003] 음기(陰機) …… 떴다오 :
음기는 은밀히 남을 해치는 것을 이르고, 떼적은 깊이 가려진 억울함을 비유하며, 해가 중천에 떴다는 것은 영조가 즉위하여 억울하게 죽어 가려져 있었던 사대신의 충심이 다시 세상에 알려짐을 말한 것이다.
[주-D004] 게려(揭厲)하는 임금의 은택 :
게려는 《시경》 〈패풍(邶風) 포유고엽(匏有苦葉)〉에 “강물이 깊으면 옷을 벗고 건너고 얕으면 옷을 걷고 건넌다 深則厲 淺則揭〕” 한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물의 깊고 얕음 혹은 물을 건너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두보의 〈팔애시(八哀詩)〉에 “슬피 여겨 증직하는 것이 끝내 쓸쓸하나, 은혜의 물결은 깊고 얕은 데에 뻗쳤다.〔哀贈竟蕭條 恩波延揭厲〕” 한 시구를 인용하여, 임금이 신하의 공로를 표창하고 장려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 성신여자대학교 고전연구소ㆍ해동경사연구소 성백효 (역) 2014년
생각건대 오늘날 우리나라에도 음기(陰機)가 또한 매우 크게 실행되었다고 본다. 나라의 정의와 법도와 기강이 이미 크게 무너져 내렸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탐욕에 물든 간사한 자들이 벌인 4.15 부정선거, 대장동 백현동 게이트 같은 단군 이래 초대형 비리 사건들이다.
하늘이 이처럼 국기(國基)를 흔들만한 음기를 이 시대에 우리나라에 내린 것이 과연 무슨 까닭인가? 생각건대 이것은 하늘이 우리 국민을 특별히 사랑하여 내린 경고의 메시지이다. 이 경고를 듣고 국민이 깨어나면 살고 끝내 깨어나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즉 바야흐로 이제는 모든 국민들이 깨어나야만 할 때이다. 국민들의 자신의 일신의 편안함과 사욕만을 생각하고 나라의 정의(正義)와 법질서와 윤리를 바로 세우는 데 발 벗고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앞날은 참담할 수밖에 없으니, 또 다시 망국의 엄청난 비극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일합방 같은 처절한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우리의 앞날은 없다.
* 주(註) : 정유독대(丁酉獨對) ~ 숙종 43년(1717년) 7월 숙종대왕이 좌의정 소재 이이명 선생(노론 사대신 중 한 분)과 독대(獨對)한 일.
2021.11.12. 素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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