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뜻을 세움이 견고하면 온갖 법도가 저절로 진작된다 (而但立志旣堅 則百度自振)

Abigail Abigail 2021. 5. 17. 12:16

뜻을 세움이 견고하면 온갖 법도가 저절로 진작된다 (而但立志旣堅 則百度自振)

 

인조 17년 기묘(1639) 2월 29일(정사) 주강에 《시전》을 강하다.

 

주강에 《시전》을 강하였다. 강을 마치자, 부제학 이경여(李敬輿)가 나아가 아뢰기를,

“오늘날의 일은, 장차 한결같이 목전의 안일만 탐하여 구차히 세월만 보내려는 것입니까, 아니면 예지(睿志)가 정해져서 때를 기다리며 힘을 길러서 마침내 무슨 일을 크게 하려는 것입니까? 가까이서 모시고 있는 신하도 알지 못하니, 먼 외방의 사람들이야 성상의 뜻을 누가 알겠습니까. 만일 오늘 내일만 구차하게 지내는 것으로 계책을 삼는다면, 신은 오늘날의 임시 안일도 보전하지 못할까 염려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오늘날의 형세는 참으로 극히 어렵다. 이미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 많고, 또 기근의 재난을 만났으니, 비록 백성을 보호하고자 하나, 어찌할 계책이 없고 진작시킬 방도도 전혀 어찌할 수 없다.”

하자, 이경여가 아뢰기를,

“성상의 하교가 참으로 마땅합니다만, 뜻을 세움이 견고하면 온갖 법도가 저절로 진작되는 것입니다. 형식적인 의례를 벗어버리고 실정(實政)을 행하기를 힘쓰면, 비록 겉으로는 기미(覊縻)의 계책을 쓰더라도 오늘 한 가지 일을 하고 내일 한 가지 일을 하여 점차 자강(自强)할 수 있는 데 이르게 될 것입니다. 형세가 위태롭고 미약한 것으로 말한다면, 반정(反正)의 거조는 성상께서 친히 담당하신 바인데, 그 당시의 형세가 참으로 하루아침에 위태로움을 바꾸어 편안하게 하기란 어려웠었습니다. 그런데도 오직 성상의 뜻이 이미 정해지고 대의(大義)가 있는 바여서 백성들이 따르기를 마치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처럼 하였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극히 쇠약해졌으나 어찌 해볼 만한 형세가 없겠습니까.”

하니, 상이 묵묵히 있었다.

 

【원전】 조선왕조실록 35 집 52 면【분류】 왕실-경연(經筵) / 정론-정론(政論)

ⓒ 한국고전번역원 | 이정섭 (역) | 1990

 

○丁巳/晝講《詩傳》。 講訖, 副提學李敬輿進曰: "今日之事, 將一向偸安, 苟度時月耶? 抑亦睿志內定, 遵養時晦, 終欲有大設施耶? 近侍之臣, 亦不得知, 則遠外人心, 孰知聖意之所向乎? 若只以苟過今明爲計, 則臣恐今日之粗安, 且不能保也。" 上曰: "今日之勢, 誠極難矣。 旣多不得自由之事, 而又値饑饉之災, 雖欲保民, 計無所施, 振勵之道, 沒奈何耳。" 敬輿曰: "聖敎固當, 而但立志旣堅, 則百度自振。 擺脫文具, 務行實政, 則雖外爲羈縻之計, 而今日爲一事, 明日爲一事, 漸至自强矣。 若以形勢危弱言之, 反正之擧, 聖上之所親莅也, 其勢固難一朝轉危爲安, 而惟是聖志旣定, 大義所在, 民之從之, 如水就下故也。 今我國家, 雖極削弱, 豈無可爲之勢乎?" 上默然。

【조선왕조실록태백산사고본】 38책 38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52면

【분류】왕실-경연(經筵)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