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능호관 이인상의 노송도

Abigail Abigail 2017. 11. 24. 18:50

출처: 순우의 한국미 산책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능호관 이인상의 노송도   조선시대

 

 

어쩌다가 일점 속기가 없는 속시원한 그림과 마주치게 되면 마치 이마를 한대 딱 얻어맞은 것처럼 맘 속으로 아이쿠를 외칠 때가 있다. 능호관 이인상은 말하자면 그러한 좋은 그림을 그리는 드문 작가의 한 사람이었다. 폭이 작고 크고 간에 이 분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이 그림에서 넘쳐흐르는 고담하고 맑은 문기가 우선 어지러운 내 눈을 씻어 주는 느낌을 갖게 되고, 그 탁 트인 구도에서 대번에 마음이 후련해지는 경우를 맛보게 된다.

근경으로 훤칠하게 뻗어 올라간 낙락장송 한 구루를 다가세우는 구도는 큰 작품에서 그가 늘 즐겨 쓰는 솜씨로 그 임리창윤한 먹빛의 농담과 늣늣한 붓자국이 나타내는 말고 고담한 소산의 아름다움은 흉내내기 어려운 일종의 높은 격조를 이룬다고 할 것이다. 지금은 이미 고인이 되어 그 그림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일본의 뛰어난 서양 화가 석정백정이 한평생 아껴 지녔던 능호관의 노송도 한 폭은 바로 그러한 소나무 그림 중에서도 대표적인 작품으로 과연 이 작품을 아낀 석정이라는 화가의 안목이 엿보이는 걸작이었다. 낙엽진 언덕에 가을 바람은 소슬한데 늣늣하게 자란 노송 한 그루, 저쪽 너럭바위 위에 편히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보는 한 사람의 선비는 아마도 능호과 자신의 영상을 뜻하는 듯, 계곡의 맑은 물소리 솔바람 소리에 사뭇 마음이 씻기우는 느낌을 금할 수가 없다.

이 그림 오른쪽 한 귀에 원령취사 갑술제야라는 낙관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그림은 그가 45세 되던 해 섣달 그믐날 밤 제야의 술체 취기 어린 눈으로 가는 해에 대한 아쉬운 시정을 그림 속에 풀어 넣은 그의 중년기의 기념할 만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능호관은 전주 이씨 선비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자를 원령이라 했고 호를 능호관 또는 보산인이라 했다. 1735년에는 진사가 되어 한때 벼슬을 지낸 때도 있지만 평생을 시,,화에 젖어 항상 얼근한 취기 속에 세상을 깨끗하게 살아간 문인화가였다.
출처 : 최선을 다하여...
글쓴이 : 최선을 다해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