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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부대껴야 지혜가 예리해진다

Abigail Abigail 2020. 3. 28. 02:40

친구와 부대껴야 지혜가 예리해진다

 

논어(論語)子曰,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 자원방래 불역락호)”라고 했는데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공자의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벗은 흔히 말하는 아는 정도의 개념이 아니고, 바람직한 인생관 도덕관 가치관을 공유하고 그 정신세계에서 상통할 수 있는 벗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

 

또 성경 잠언(箴言) 1824절에 이르기를 많은 친구를 얻는 자는 해()를 당하게 되나, 어떤 친구는 형제보다 친밀 하니라라고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형제보다 친밀한 친구란 신의(信義)가 두텁고 살아가는 뜻과 목적에서 상통하며 같은 신앙의 경지에 까지 이른 친구일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역사에 청음 김상헌 선생과 백강 이경여 선생의 사이가 그런 상호 높은 신뢰와 사모(思慕)하며 교류하기를 매우 기뻐하는 경지에 이른 사이였다고 한다.

 

병자호란 패전 후, 척화파 청음 김상헌 선생과 주화파 지천 최명길 선생을 화해시킨 사람이 백강 이경여 선생이라는 기록이 있다.

 

조선의 대신(大臣)이었던 김상헌 이경여 최명길 세분 선생들은 한때 심양에 끌려가 같은 사형수 감옥인 남관에서 같이 옥살이를 한 적이 있는데, 지천 최명길 선생은 <지천유사>에서 백강(봉암) 이경여 선생이 설득의 달인이었다고 말한다.

 

생각이 정반대였던 두 사람을 화해시키기 위해 노력하던 백강 이경여 선생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자 기쁜 마음에 이렇게 말했다고 <지천유사>에 나와 있다. “두 어른의 행동은 각각 나라를 위한 것이었다. 한분은 하늘과 같은 큰 절개이며 또 한분은 나라를 위한 큰 공적이로다.”

 

청음 김상헌 선생은 백강 이경여 선생보다 14살이 많았고 지천 최명길 선생은 백강 이경여 선생보다 한 살이 적었다.

 

한편으로 청음 김상헌 선생은 백강 이경여 선생이 심양의 감옥에 끌려오자 그의 <청음집>에 이렇게 심정을 적었다.

 

자나 깨나 서로 그리워하면서 하늘이 우리로 하여금 서로 만나게 해 여생(餘生)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기를 바랐다. 비록 그 지극한 소원은 이루지 못했으나 또한 어찌 적국(敵國)의 감옥에서 만날 줄이야 생각이나 하였겠는가. 하늘의 뜻은 이상하기도 하다. 여기 짤막한 시를 지어 나의 뜻을 부치는 바이다. 인생살이 한 백년을 산다 하지만 ··· 나와 뜻을 같이하는 선비가 있기에 시를 지어 거듭 거듭 권면하누나.”

쇠붙이는 쇠붙이로 쳐야 날이 날카롭게 서듯이, 사람도 친구와 부대껴야 지혜가 예리해진다” ~ 잠언 2717.

 

인생길에서 추구하는 바가 같고 뜻이 맞는 벗들이 서로 교제하며 지혜를 상호 갈고 닦아 간다면 그들 모두는 나이에 상관없이 더욱 젊어지며 그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역량은 그 한계를 알 수가 없다.

 

이처럼 돈독(敦篤)한 사이였던 백강 이경여 선생과 청음 김상헌 선생의 후손들은 이후 조선의 혁혁한 충신들을 가장 많이 배출하며 조선을 이끌었는데, 특히 노론4대신이 되어 영조 정조 시대를 열면서 조선의 중흥(中興)을 꽃피우게 하는 주역들이 되었다 (노론 사대신은 백강 선생의 후손인 한포재 이건명 선생, 소재 이이명 선생 그리고 청음 선생 후손인 몽와 김창집 선생 그리고 이우당 조태채 선생이다).

 

2020. 3.28. 이 주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