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하신 이래로 지금 여러 해가 되었는데 예전의 병폐가 제거되지 않고 새로운 걱정이 더 생기니, 비유하자면 마치 병든 사람에게 원래의 증상이 남아 있는데 다른 병이 다시 더해지고 계속 심해져 오한과 고열이 번갈아 일어나는 것과 같으니, 어찌 전하께서 본원을 바루고 맑게 함에 있어 지극하지 않음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진실로 이 마음을 정일(精一)하게 하고 사욕을 제거하여 광대한 지역에 두고 날로 고명한 곳에 나아간다면, 이치를 살펴 시비를 판단함에 사사로움은 관여함이 없을 것이니 어찌 희로(喜怒)가 중도에 맞지 않음이 있겠으며, 독실히 공경하고 말하지 않아도 백성들이 부월처럼 두려워할 것이니 어찌 사기(辭氣)가 너무 드러남이 있겠습니까. 또 남의 좋은 점을 취해 자신도 그렇게 하려고 하여 간하지 않아도 본받으려 할 것이니 어찌 언로가 막힘이 있겠으며, 마음을 미루어 아랫사람을 살펴 신의로 선비를 대할 것이니 어찌 성의가 돈독하지 않음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당연히 의(義)를 취하기를 실로 여색을 좋아하는 것처럼 하고 당연히 이(利)를 버리기를 실로 악취를 싫어하는 것처럼 할 것이니 어찌 의리의 분별이 정밀하지 않음이 있겠으며, 백성의 농사철을 빼앗지 않아 백성으로 하여금 항산(恒産)이 있게 하고 전리(田里)에 편히 살아 근심과 원망이 없게 할 것이니 어찌 병민(兵民)의 본말(本末)이 도치됨이 있겠습니까.
위 글은 효종7년(1656년) 백강 이경여 선생의 상차문 중에 있는 말씀으로 오늘날 정부 여당은 새겨들어야 할 말씀이다. 왕정시대에도 이처럼 백성을 사랑하고 덕과 마음을 닦았는데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그러하지를 못하니 참으로 애석하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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