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分數)를 지키며 살자
「자신의 분수에 마땅한 것이 아니면 비록 영화롭더라도 오직 재앙일 뿐이요, “짐을 지고 있어야 할 사람이 수레를 타는 허물이 있으면 도적을 불러들인다.”라는 말은 매우 간절한 성인(聖人)의 가르침입니다.[非其分之所當則雖榮惟灾. 負乘致寇. 聖訓深切.]」(병산 이관명 선생, 승정원일기 1719년 숙종 45년 6월 2일 ‘辭大提學書 三書’).
여기서 ‘짐을 짊어져야 할 사람이 수레를 타는 허물’이란 ‘분수에 맞지 않게 높은 지위에 있다가 생기는 허물’을 말한다.《주역》<해괘(解卦) 육삼(六三)〉에 “짐을 지고 있어야 하는데도 수레를 타고 있기 때문에 도적이 오게 된다.”하였는데, 정자(程子)의 전(傳)에 “소인(小人)은 마땅히 아래에 있어 짐을 져야 하거늘 또 수레를 타고 있으면 그 차지할 자리가 아님과 같으니, 반드시 도적의 빼앗음이 이르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상의 지나친 욕심을 멀리하고 자신의 분수를 지키면서 오히려 사람이 지켜야할 도리를 살피는 데에 집중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이 내게 허락하신 것의 깊은 뜻을 생각하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기를 배워야 한다. 안분낙도(安分樂道, 내게 주어진 분수에 만족하고 바른 길을 걸어감)의 길을 찾아 나서자! 이에 대해 사도 바울(Apostle Paul)은 말하기를 “우리가 무슨 일이든지 우리에게서 난 것 같이 생각하여 스스로 만족할 것이 아니니, 우리의 만족은 오직 하나님께로서 났느니라(고린도후서 3장 5절).”라고 하였다.
그런 사도 바울이 자신의 삶을 고백하기를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스스로 만족하기를 배웠노니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내게 능력 주시는 자 하나님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립보서 4장 11-13절).”라고 하였다. 만족은 이처럼 우리에게 하나님 안에서 그에 대한 완전한 신뢰를 요구하기 때문에 얻기가 매우 어렵다. 이는 하나님 한 분만으로 충분하고, 그의 은혜가 충만하며, 그분만이 우리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렇게 어려운 만족하기를 힘써 배운 사람의 덕(德)에 대하여 사도 바울이 말하기를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合力)하여 선(善)을 이루느니라.(로마서 8장 28절)”라고 하여, 우리가 사람의 도리를 다하며 진리 안에서 살고 진리 안에서 죽어야 할 것임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한편 지혜의 대명사 솔로몬은 말하기를 “사람마다 먹고 마시는 것과 수고함으로 낙(樂)을 누리는 것이 하나님의 선물인 줄을 또한 알았도다(전도서 3장13절).”라고 하였다. 그는 우리가 힘써 일함으로 얻은 소득으로 먹고 마시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죄악에 물든 인간들은 이에 만족할 줄 모르고 자신의 분수를 넘어 여러 가지 탐욕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불행해지기 일쑤이다. 안목(眼目)의 정욕, 육신(肉身)의 정욕, 세상의 자랑을 탐(貪)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런고로 우리가 만족감 나아가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분수를 알고 오로지 하나님의 성품을 닮은 마음을 지니도록 갈고 닦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언 4장23절).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분수를 알고 자신이 개척한 인생의 즐거움에 만족하는 삶의 모습을 공자가 극구 칭찬한 안회(顔回)의 모습에서도 발견할 수가 있다. 안회는 오로지 그가 찾아낸 진리 안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고 살았던 것이다. “현명하다! 회야(賢哉 回也)! 한 대죽그릇의 거친 밥과 한 표주박의 물을 먹으며 누추한 빈민가에서 사는 것을(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다른 사람들은 그 근심을 감당하지 못하는데(人不堪其憂) 너는 그 가난 때문에 너의 인생의 즐거움을 바꾸지 않는구나(回也不改其樂) 현명하다! 안회야(賢哉, 回也)!”<논어(論語) 옹야(雍也)편>.

2025. 8. 9. 素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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