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되고자 하면
병자호란 후 1653년 7월 2일 백강 이경여 선생은 "재난극복을 위한 상차문(上箚文)"에서 효종대왕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으로 항상 자신의 마음을 닦아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세태에 미리 대비하여 가야할 것과 덕(德)을 갖추고 의(義)를 추구할 것을 말씀하였다.
생각건대, 이를 이루는 최선의 방도는 다름 아닌 "섬김의 도(道)"를 체득하고 실천하는 삶에 있으며, 이것은 나아가 행복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나는 섬기는 자로 너희 중에 있노라” 이는 누가복음 22장 27절의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다.
일찍이 노자(老子)가 이런 세상의 이치를 알아차리고 도덕경 7장에서 말하기를 “성인(聖人)은 자신을 뒤에 머물게 함으로 앞서고, 떠나 잊으므로 자신이 존재하게 된다[시이성인(是以聖人) 후기신이신선(後其身而身先), 외기신이신존(外其身而身存)]. 그것은 사사로운 욕심이 없기 때문이며, 그러함으로 자신을 이룰 수 있다[비이기무사사(非以其無私邪), 고능성기사(故能成其私)].”라고 하였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성공을 원한다. 출세하고 좋은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성공에의 욕구는 인간의 본성과도 같다. 예수 그리스도 당시에도 그러했다. 유대인들의 잔치에서는, 지위에 따라 앉는 자리가 정해져있었다. 중앙에는 주인이, 오른편에는 그 잔치에서 제일 귀한 손님이, 왼편에는 제2의 귀빈이 앉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들은 ‘누가 더 높은 자리에 앉을 것인가’하는 문제로 논쟁을 벌였다. 세상의 모든 다툼은 더 높은 자리에서 남을 지배하려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상석(上席)’을 바라보는 제자들에게, 예수께서는 하나님나라 상석이 어떤 자리며 누가 차지할 수 있는지 말씀해주셨다.
누가 높여주어야 진정으로 높아지게 되는가?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높이시는 이가 진정 높은 자이다. 이렇게 하나님의 나라에서 높여질 사람은 어떤 자일까?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섬기는 자가 오히려 높임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가르친다. 그렇다면 참된 섬김은 무엇일까?
예수 그리스도는 ‘무익한 종’의 비유로 참된 섬김의 자세를 가르쳐주셨다(누가복음 17장 7-10절).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고 돌아온 종이 있었다. 몹시 시장하고 배가 고팠으나 주인은 종에게 일을 시키고 식사준비를 시키고 시중을 다 든 후에 먹으라고 한다. 그 명령을 다 행하는 것은 마땅히 종으로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주인은 그 종의 수고에 대해 특별히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다. 종의 할 일은 오직 주인의 명령에 불평하지 않으며 겸손하게 섬기는 것이다. 이에 예수께서 말씀하였다.
“사람이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르라. 나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자도 거기 있으리니, 사람이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 하나님께서 그를 귀히 여기시리라(요한복음 12장 26절).” 섬김을 마땅히 할 일로 알고 종이 주인을 섬기듯 할 때, 나아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듯 할 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섬김이 된다.
자신을 낮추어 섬기는 사람이 하나님나라에서 위대하고 큰 사람이다. 무엇을 얻기 위해 섬기는 것이 아니다. 섬김 자체로 이미 영광을 얻은 것이다. 왜냐하면 예수께서 이미 ‘섬기는 자’로 우리 중에 계시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앉으사 열 두 제자를 불러서 이르시되 아무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면 뭇사람의 끝이 되며 뭇사람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마가복음 9장 35절).
그러한 섬김의 결과는 무엇인가? 하나님께서 “그를 귀히 여기실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감격, 받은 은총에 대한 화답이 바로 섬김이다. 그리고 그 섬김에 우리의 참 기쁨과 생명과 회복이 있다. 참된 섬김의 도(道)를 배워, 하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하나님의 복을 받는 삶을 살자. 세상의 명예와 영광은 잠시 잠간 비치는 안개와 같으며 영혼의 평안과 즐거움을 주지는 못한다. 세상의 가치를 버리고 하늘의 가치인 섬김의 도를 추구하자. 그러면 현세와 내세에서 참으로 살길이 열린다.
2024. 8. 7. 素澹
* 누가복음 7장 7-10절 : 종의 도리(표준새번역) *
7. 너희 가운데서 누구에게 밭을 갈거나, 양을 치는 종이 있다고 하자. 그 종이 들에서 돌아올 때에 '어서 와서, 식탁에 앉아라' 하고 그에게 말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 8. 오히려 그에게 말하기를 '너는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에, 너는 허리를 동이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야,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 9. 그 종이 명령한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10. 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을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우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우리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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