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마음에서조차 의로움을 잃는다면

Abigail Abigail 2024. 6. 26. 01:58

마음에서조차 의로움을 잃는다면

 

청음 김상헌, 지천 최명길, 백강 이경여 선생이 병자호란 패전 후 청에 잡혀가 심양의 옥에 같이 있을 때, 청음과 지천이 경(經)과 권(權)에 대하여 서로 강론하였다.

 

청음 김상헌이 시를 지어 말하기를,

 

성공과 실패는 천운에 달려있으니 / 成敗關天運

모름지기 의(義)로 돌아가야 한다 / 須看義與歸

아침과 저녁을 바꿀 수 있을 망정 / 雖然反夙暮

웃옷과 아래 옷을 거꾸로야 입을쏘냐 / 未可倒裳衣

권(權)은 혹 어진이도 그르칠 수 있으나 / 權或賢猶誤

경(經)만은 마땅히 여러 사람이 어길 수 없다 / 經應衆莫違

이치에 밝은 선비에게 말하노니 / 寄言明理士

급한 때라도 저울질을 삼가라 / 造次愼衡機

 

하고, 이어 지천 최명길이 시를 지어 말하기를,

 

고요한 곳에서 뭇 움직임을 볼 수 있어야 / 靜處觀群動

진실로 원만한 귀결을 지을 수 있다 / 眞成爛熳歸

끓는 물도 얼음장도 다 같은 물이요 / 湯氷俱是水

털옷도 삼베옷도 옷 아닌 것 없느니 / 裘葛莫非衣

일이 어쩌다가 때를 따라 다를망정 / 事或隨時別

속맘이야 어찌 정도와 어긋나겠는가 / 心寧與道違

그대 이 이치를 깨닫는다면 / 君能悟其理

말함도 침묵함도 각기 천기로세 / 語黓各天機

 

하였다.

 

이에 후학인 백강 이경여(李敬輿)가 시를 지어 두 사람에게 보내기를,

 

두 어른 경ㆍ권이 각기 나라를 위한 것인데 / 二老經權各爲公

하늘을 떠받드는 큰 절개요(김상헌), 한때를 건져낸 큰 공적일세(최명길) / 擎天大節濟時功

이제야 원만히 함께 돌아간 곳 / 如今爛熳同歸地

모두가 남관의 백발 늙은이일세 / 俱是南館白首翁

하였다. [출처 : 《지천유사》에서]

 

위의 글에서 당대의 충신 3분의 대화를 들었다.

 

참 진리, 올바른 삶을 영위하여 가는 데는 같은 꿈, 비전을 가지고 있더라도 서로 다른 접근방법이 있을 수 있음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먼저 그의 의견을 듣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귀는 둘이요 입은 하나이니, 두 번 듣고 한번 말하는 것이 하늘의 뜻이 아닌가 생각된다. 듣기는 민첩하게 하고 말하기와 화를 내는 것은 더디게 하라는 것이 성경의 말씀이기도하다. 이는 화평을 이루어가는 길목에 있어야할 큰 덕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다운 것은 그 영혼과 정신이 올바른 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참으로 어려운 형편에 놓여있어 피할 수 없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더라도 그 마음속에서는 의로움을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마음에서조차도 의로움을 완전히 저버리면 비록 살아남았더라도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니 영원히 그 치욕을 면할 수 없고 또한 경멸의 대상이 되어 그 생명이 결코 오래가지도 못할 것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사람다워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 만연한 망국적인 심각한 부정선거의 행태를 보고 마음에서조차 의로움을 잃는다면 바로 금수(禽獸)와 같은 존재가 되어 사람다움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이며, 앞으로의 생명조차도 오히려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 이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2024. 6.26. 素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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