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쓸쓸히 반백의 머리 한탄하네(獨立蒼茫歎二毛)
····························································· 병산 이관명 선생
이 시(詩)는 병산 이관명 선생이 청천강 가 백상루에 올라 병자호란 후 민생이 꽤나 안정되었으나 아직도 설욕(雪辱)의 한을 이루지 못하고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는 시이다.
백상루를 추후에 읊다[追詠百祥樓〕
성(城)위에 붉은 누각(百祥樓) 튼튼하게 지었으니 / 城上朱樓結構牢
난간에 기대 부절(符節) 두드리며 용도(龍刀)에 의지했어라 / 憑欄擊節倚龍刀
십 년의 생민취재(生民聚財)로 닭 울음이 이르고 / 十年生聚雞鳴達
천리의 찬바람에 우백호(右白虎)가 높아라 / 千里風寒虎踞高
지난날 전쟁(병자호란)은 눈물 흘릴 만하니 / 異日干戈堪涕淚
이때에 이르러 풍악소리 시끄럽게 울리지 마소 / 至今歌管莫啾嘈
서생(書生)의 의기(意氣)에 지나치게 느낌 많아 / 書生意氣偏多感
홀로 서서 쓸쓸히 반백의 머리 한탄하노라 / 獨立蒼茫歎二毛
[주-1] 백상루(百祥樓) : 평안남도 안주(安州)의 북쪽 청천강(淸川江) 가에 있는 누대로, 관서팔경(關西八景)의 하나이다. 615년에 건립되었다.
[주-2] 부절(符節) : 돌이나 대나무ㆍ옥 따위로 만들어 신표로 삼던 물건. 주로 사신들이 가지고 다녔으며 둘로 갈라서 하나는 조정에 보관하고 하나는 본인이 가지고 다니면서 신분의 증거로 사용하였다.
{주-3] 용도(龍刀) : 용의 무늬가 새겨진 칼로 임금으로부터 하사 받은 칼로 보인다.
[주-4] 생민취재(生民聚財) : 생취(生聚)는 생민취재의 줄임말로, 백성을 길러 숫자를 늘리고, 재물을 모아 부국강병을 이룬다는 뜻이다.《春秋左氏傳 哀公元年》
[주-5] 우백호(右白虎) : 우측 산자락을 가리킨다. 호거(虎踞)는 풍수지리 용어로, 명당을 감싸는 우측 산자락이 호랑이가 웅크린 듯 보이는 형상임을 지칭한다.
<출처 : 병산집(屛山集)>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ㆍ한국고전문화연구원 | 유영봉 황교은 (공역)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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