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써 벗을 사귀라
‘문여기인(文如其人)’ 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그 뜻은 “글의 품격은 그 사람과 같아서 글을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 조상님들은 종종 이러한 ‘문여기인(文如其人)’의 뜻을 따라 벗을 사귈 때에 글이나 시(詩)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사귀었는데, 참으로 품격 있고 바람직한 교우(交友)의 방도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 공부한 바를 바탕으로 글이나 시를 지어서 서로 나누는 소통의 방도는 상호간에 전인격적인 생각을 나누는 것으로 상대방의 사람됨을 이해하는데 이보다 더 나은 방도가 없을 것이며, 좋은 글이나 시는 소통의 방도를 넘어서 서로 인격의 성숙을 북돋우며 그 글이나 시의 향기와 풍취(風趣)로 훗날에 기억할만한 아름다운 유물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교우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를 조선 중후기의 석학(碩學) 서하 이민서 선생과 서포 김만중 선생의 사귐에서도 찾아 볼 수 있겠다. 두 분은 모두 당대의 석학에게 주어지는 문형 대제학을 역임하였다.
두 분의 나이는 서하 선생이 좀 많으나 두 분의 경연(經筵)에서 대화 중 의견이 달라 논쟁한 기록이 ‘서하집’, ‘서포집’에 기록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시(詩)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고시선(古詩選)>을 같이 엮어내기도 했다.
이후 서하 선생은 광주목사(光州牧使)로 부임하게 된다. 이때에 두 분은 서로 시(詩)를 주고받으며 멀리 떨어져 있는 공간을 뛰어넘는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벗의 건강을 염려하고, 벗을 마주대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한편으로 목민관(牧民官)의 의무를 강조해마지 않는 서포 선생의 시(詩)에 화답해, 서하 선생은 답시(答詩)와 함께 부채 하나를 넣어 보낸다. 아래는 이에 대한 서포 선생의 답시(答詩)이다.
남해에서 온 손님(客從南海至)
서찰 한 통 남기네.(遺我一書札.)
봉함 뜯고 채 다 읽기도 전(開緘讀未竟)
벌써 느껴지네, 산들산들 부는 바람.(已覺凉風發.)
부채종이는 고운 빛 띠었고(溪藤有秀色)
부챗살 상죽은 굳은 절개 지녔네.(湘竹有苦節.)
부채를 가지고 벗에 비기며(持之比故人)
목마른 이 마음 위로하노라.(慰此心如渴.)
두 분의 사이는 이처럼 자신의 철학이 담긴 글이나 시를 주고받으며 군자(君子)의 이상을 추구하고 서로 나누어 간 사이로 이들은 참다운 벗이었고 하겠다. 이 우정의 아름다운 결실은 두 분이 각자의 생애에서 보여준 하나같은 충절(忠節)의 삶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2026. 1.11. 素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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