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분낙도

주어진 생명을 보전하라

Abigail Abigail 2026. 1. 5. 00:08

주어진 생명을 보전하라

 

『온 세상을 초월하여 소요하고, 하늘과 땅 사이 일들은 멀리 바라보고, 당대의 무거운 책임을 맡지 않음으로, 하늘이 내게 부여해준 생명을 길이 보전한다. 이와 같이 하면 곧 밤하늘의 은하수를 넘어서 우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니, 어찌 제왕(帝王)의 문(門)으로 들어감을 부러워하겠는가![逍遙一世之上(소요일세지상) 睥睨天地之間(비예천지지간) 不受當時之責(불수당시지책) 永保性命之期.(영보성명지기.) 如是(여시) 則可以凌霄漢(즉가이릉소한) 出宇宙之外矣(출우주지외의) 豈羨夫入帝王之門哉!(기선부입제왕지문재!)]』<중장통(仲長統), ‘낙지론(樂志論)’에서>.

 

그러므로 우리는 명예욕이나 부귀영화의 욕심(慾心) 등, 세상 제왕의 문으로 들어가려는 세속의 욕망(慾望)일랑, 그것이 대의명분(大義名分)에 부합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버릴 줄을 알아야 한다. “삼가 모든 탐심(貪心)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하니라.”(누가복음 12장 15절). 만일 그렇지 못하면 훗날 과욕(過慾)으로 무리수를 두게 되고 이로 인해 큰 화(禍)를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사도 요한(Apostle John)은 이 세속의 욕망에 대해 경계하여 말하기를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이 그 안에 있지 아니하니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肉身)의 정욕(情欲)과 안목(眼目)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요한1서 2장 15-17절)”라고 하였다.

 

생각건대, 우리가 이런 높은 경지에 이르려면 평소에 자기 마음을 갈고 닦는 꾸준한 ‘마음수양(修養)’의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우리 생명의 근원이 각자의 마음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언 4장 23절).

 

유념할 바는, 이 마음수양의 공부에 대해 백강 이경여 선생은 효종대왕에게 이를 임금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공부로 강조하며, 성스러운 마음 즉 성심(聖心)을 지니기 위하여 성학(聖學)에 힘쓸 것을 다음과 같이 권면(勸勉)하였다는 것이다.

 

“성심(聖心)을 함양하는 방도는 반드시 발동되기 전에 지키고 발동된 뒤에 살피며 미리 기필(期必)하지 말고 잊지도 말아 보존해 마지않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비고 밝은 한 조각 마음이 그 속에 거두어져 있어 북돋는 것이 깊고 두터우며 이(理)가 밝고 의(義)가 정(精)하여 경계하고 삼가고 두렵게 여기는 것이 잠시도 떠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공부가 어찌 일조일석에 되는 것이겠습니까. 정자(程子)는 말하기를 ‘천덕(天德)·왕도(王道)는 그 요체가 홀로 있을 때를 삼가는 데에 있을 뿐이다.’ 하였습니다. 홀로 있을 때를 삼가지 않아서 유암(幽暗)하고 은미(隱微)한 데에 문득 간단(間斷)되는 곳이 있다면 어떻게 날로 고명(高明)한 데에 오르겠습니까. 이른바 이를 향한 성학(聖學)의 공부는 장구(章句)나 구독(口讀)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성인(聖人)의 가르침을 깊이 몸 받고 그 지취(旨趣)를 밝혀서, 자신에게 돌이켜 의리(義理)의 당연한 것을 찾고 일에 비추어 잘잘못의 기틀을 증험함으로써,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참으로 아는 동시에 미리 생각하여 익히 강구하고 평소부터 대책을 세워두어야 합니다.”<1653년 효종4년 7월 2일, 백강 이경여 선생, 재변을 이겨내는데 힘써야할 21항의 상차문(上箚文)에서>.

 

모쪼록 성학에 몰두함으로 마음을 수양하고 이로써 이 험한 세상에서 어떤 어려운 일들이 닥치더라도 초연히 하나님의 말씀과 그의 섭리만을 바라보고 나아가, 하나님이 내게 부여한 생명을 온전히 보전하고 누리도록 힘쓰자.

 

2025. 1. 5. 素澹

 

 

樂志論(낙지론)

·········································· 東漢(後漢)사람 仲長統(중장통)

使居有良田廣宅(사거유양전광택) 背山臨流(배산임류) 溝池環匝(구지환잡) 竹木周布(죽목주포) 場圃築前(장포축전) 果園樹後(과원수후) 舟車足以代步涉之難(주차족이대보섭지난) 使令足以息四體之役(사령족이식사체지역) 養親有兼珍之膳(양친유겸진지선) 妻孥無苦身之勞(처노무고신지로)

사는 곳으로 하여금 좋은 논밭과 넓은 집이 있고, 산을 등지고 냇물을 앞에 두고, 도랑과 연못이 둘러 있고, 대나무와 수목이 두루 분포되어 있고, 타작마당과 채소밭이 앞에 構築(구축)되어 있고, 과수원과 나무들이 뒤에 있다. 배와 수레가 걷거나 물을 건너는 어려움을 대신하기에 족하고, 일꾼을 부리기에 四體(사체)를 노역하는 것을 쉬게 하기에 족하다. 부모를 봉양함에 珍味(진미)를 모두 갖춘 음식이 있고, 처자들이 몸을 고되게 하는 노동도 없다.

良朋萃止(양붕췌지) 則陳酒肴以娛之(즉진주효이오지) 嘉時吉日(가시길일) 則烹羔豚以奉之(즉팽고돈이봉지) 躊躇畦苑(주저휴원) 遊戲平林(유희평림) 濯淸水(탁청수) 追凉風(추량풍) 釣游鯉(조유리) 弋高鴻(익고홍) 風於舞雩之下(풍호무우지하) 詠歸高堂之上(영귀고당지상) 安神閨房(안신규방) 思老氏之玄虛(사로씨지현허) 呼吸精和(호흡정화) 求至人之彷彿(구지인지방불) 與達者數子(여달자수자) 論道講書(논도강서) 俯仰二儀(부앙이의) 錯綜人物(착종인물)

좋은 벗들이 모여 이르면 곧 술과 안주를 차려서 즐기며, 기쁜 시간이나 길한 날에는 곧 염소와 돼지를 삶아서 그들을 봉양한다. 밭이랑이나 동산을 서성대고 평평한 숲에서 유희하며, 맑은 물에 몸을 씻고 시원한 바람을 쐬며, 유영하는 잉어를 낚시질 하고 높이 나는 기러기를 주살로 잡고, 무우계곡의 아래에서 바람을 쐬다가 대궐 같은 우뚝 솟은 집으로 시를 읊조리며 돌아온다. 안방에서 정신을 편안히 하고 老子((노자)의 玄妙(현묘)하고 허무한 道(도)를 생각하며, 조화로운 정기를 호흡하며 眞人(진인)과 같아지기를 구한다. 통달한 사람 몇 명과 도를 논하고 책을 강론하며, 二儀(이의, 天地)를 올려보고 굽어보며 고금의 인물을 종합하여 평한다.

彈南風之雅操(탄남풍지아조) 發清商之妙曲(발청상지묘곡) 逍遙一世之上(소요일세지상) 睥睨天地之間(비예천지지간) 不受當時之責(불수당시지책) 永保性命之期(영보성명지기) 如是(여시) 則可以凌霄漢(즉가이릉소한) 出宇宙之外矣(출우주지외의) 豈羨夫入帝王之門哉!(기선부입제왕지문재)

詩經(시경)〈南風(남풍)〉의 전아한 가락을 연주하고 악부의 일종인〈淸商曲(청상곡)〉의 기묘한 곡조도 연주한다. 온 세상을 초월한 위에서 소요하고 하늘과 땅 사이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하며, 當時(당시)의 책임을 받지 않아서, 하늘이 부여해준 명을 길이 보전한다. 이와 같으면 곧 밤하늘의 은하수를 넘어서 우주 밖으로 나갈 수가 있는 것이다. 어찌 帝王(제왕)의 문으로 들어감을 부러워하겠는가!

주(註)

* 風於舞雩之下(풍어무우지하): 舞雩는 地名, 《論語(논어)》 先進篇(선진편)에 曾晳(증석)이 “浴乎沂風乎舞雩(욕호기수풍호무우) 詠而歸(영이귀): (기수에서 목욕하고 舞雩에서 바람을 쐬며 노래하면서 돌아오겠습니다)”하였다.

* 呼吸精和(호흡정화): 精和는 조화된 정기. 도교의 양생법은 더러운 기운을 토하고 신선한 정기를 마신다.

* 至人(지인) : 道家의 이상적인 사람, 眞人.

* 二儀(이의) : 天地(하늘과 땅). 兩儀(양의)

* 南風(남풍): 《孔子家語》에 “舜임금이 五絃琴을 연주하며 南風詩를 지었다.”라고 하였다.

* 清商(청상): 淸商曲, 樂府의 일종.

* 霄漢(소한): 밤하늘 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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