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세상이 나와 어긋나니

Abigail Abigail 2026. 1. 12. 19:48

세상이 나와 어긋나니

 

지조(志操) 있고 의(義)로운 사람들이 요사이 보듯이 혼탁하고 모순투성이의 세상을 뚫고 소신껏 살아가려면 참으로 어려움이 많고 험난한 여정(旅程)이 그들을 기다라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들 세상의 냉혹한 현실이다.

 

그런데 일찍이 도연명(陶淵明)은 그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지조를 지키기 힘들고 모순 많은 속세의 관직생활을 떨쳐 버리고 전원(田園)으로 돌아가면서 읊기를 “돌아가자. 세상의 교분을 그만두고 교류하는 일도 그만두자꾸나. 세상이 나와 서로 어긋나니, 다시 멍에를 맨다한들 무엇을 구하겠는가? 친척들과 정답게 대화함이 기쁘고 금(琴, 현악기)을 타고 책을 읽으며 시름을 삭임이 즐겁도다. 농부가 나에게 봄이 왔음을 알리니 장차 서쪽 밭에서 농사를 지어야겠구나. ··· 부귀(富貴)는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니, 동쪽 언덕에 올라 휘파람을 불고 맑은 물을 내려다보며 시(詩)를 짓도다.(歸去來兮. 請息交以絶遊. 世與我而相違 復駕言兮焉求?. 悅親戚之情話 樂琴書以消憂. 農人告余以春及 將有事于西疇. ··· 富貴非吾願 登東皐以舒嘯 臨淸流而賦詩.)”라고 하였다.

 

여기서 유념할 바는, 인간은 누구나 고귀한 영혼(靈魂)을 지닌 존재로, 죽어 하나님 앞에 설 때를 대비하면서 살아가야만, 비로소 그 영혼과 마음에 만족함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가장 차원이 높은 신령(神靈)한 영적 존재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위에 언급한 오래전 도연명의 사례는 우리를 일깨워는 바가 크다. 도연명은 얼마간의 녹봉(祿俸)을 받기위해 의(義)를 저버린 사람들에게 허리를 굽히는 일은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관직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가 전원생활을 즐기고 농사를 지으며 책을 읽고 시(詩)를 쓰며 일생을 마쳤는데, 그는 지난 칠백여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心琴)을 울리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불멸의 시인(詩人)으로 역사에 남아 있다.

 

일례로, 조선 중기의 명신 동고 이수록 선생은 당대의 걸출한 인물이었으나, 광해군이 어머니 인목대비를 폐하고 동생인 영창대군을 죽게 하는 등 패륜(悖倫)이 극심하고 나라의 정사(政事)에 기강(紀綱)이 무너져서 세상이 어지럽게 되자, 술주정뱅이, 미친 사람 행세를 하며 광해군의 내린 벼슬길을 피하고 더 이상 나가지 않다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영의정에 추증되었는데, 그의 묘소는 지금 양평군의 향토문화제 1호가 되어있다.

이런 동고 이수록 선생이 술주정뱅이, 미친 사람 행세를 하며 광해군이 내린 벼슬길을 피해 지낼 때, 그는 밤이 되면 홀로 않아 위에서 인용한 도연명의 ‘귀거래사’와 제갈량의 ‘출사표(出師表)’를 읽고 또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온다.

 

생각건대, 인간의 행복은 인격의 성숙에 따라 자연히 찾아드는 부산물(副産物)과 같은 것이며, 인격의 성숙은 내면세계의 영적(靈的) 성장을 반드시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 내면세계의 영적 성장을 도모하는 데 핵심적인 지침이 구약성경 ‘시편(Psalms)'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으니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복(福)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 하나님의 율법(律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亨通)하리로다. 악인들은 그렇지 아니함이여 오직 바람에 나는 겨와 같도다.”(시편 1편 1-4절).

동고 이수록 선생 간찰

2026. 1.13. 素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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