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풍경 ~ 두보
봄날 풍경 ~ 두보
중국의 詩聖 두보(杜甫)는 ‘곡강대주(曲江對酒)’라는 詩에서 아래와 같이 봄날의 아름다움을 서정적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원외강두좌불귀(苑外江頭坐不歸) 수정춘전전비미(水精春殿轉菲微)
부용원 밖의 江어귀에 앉아 실의에 젖어 집으로 돌아오지 아니하니,
강너머 수정 같은 봄 궁전은 그 맑은 빛이 볼수록 눈앞에 아른거리네.
도화세축양화락(挑花細逐楊花落) 황조시겸백조비(黃鳥時兼白鳥飛)
게다가 복숭아꽃은 가늘게 버들가지를 쫓아서 떨어지고
꾀꼬리는 때때로 백조와 어울려 다정스레 나는구나
이詩의, 위의 아름다운 전반부를 지나, 후반부에서는 두보가 이제 늘그막의 한 관리로서 벼슬길에서 그 인생의 의미를 끝내 찾지 못하고, 자연 속에서 허전함을 달래며 官職에 미련을 버리지 못함을 自責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詩의 후반부는 생략 합니다).
曲江對酒곡강대주 ~ 곡강에서 술 앞에 놓고
杜甫(두보)
苑外江頭坐不歸 원외강두좌불귀
水精宮殿轉霏微 수정춘전전비미
桃花細逐楊花落 도화세축양화락
黃鳥時兼白鳥飛 황조시겸백조비
縱飮久判人共棄 종음구판인공기
懶朝眞與世相違 라조진여세상위
吏情更覺滄洲遠 리정갱각창주원
老大徒傷未拂衣 노대도상미불의
부용원 밖 강가에 넋 놓고 앉았는데
강 건너 수정궁이 흐릿하게 보이네
복사꽃 소리 없이 버들꽃 따라 지고
꾀꼬리 우짖는데 해오라기 날아가네
술만 마시며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조정에도 나가지 못해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니
벼슬아치 속내 알아도 귀향의 길은 멀고
늙은 몸만 슬퍼할 뿐 떠나지도 못하고 있네
▶ 苑(원): 곡강曲江 서남쪽에 있던 부용원 芙蓉苑을 말한다.
▶ 霏微(비미): 어둑어둑하다. 어두침침하다.
▶ 水精宮殿: 부용원 안에 있는 궁 이름이다. 宮을 春으로 쓴 자료도 전한다.
▶ 縱飮(종음):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다.
▶ 判(판): ~하기를 감히 바라다.
▶ 滄洲(창주): 물을 끼고 있는 푸른 숲으로 흔히 은자가 지내는 곳을 가리킨다.
▶ 老大(노대): 연로하다.
▶ 徒(도): 헛되이. 단지. 徒를 悲로 쓴 자료도 있다.
▶ 拂衣(불의): 사직하다.
◈ 건원 乾元 원년(758) 두보가 장안에 마지막으로 남아있을 때 쓴 작품이다. 한 해 전에 좌습유左拾遺가 되어 벼슬길에 나아갔으나 재상 방관房琯의 파직과 관련하여 상소를 올린 일로 숙종肅宗의 미움을 받은 뒤로 이 작품을 쓸 때쯤에는 그의 관직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고 이후로 다시는 중용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