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궤안(几案)에 기대 때론 멍하니 나를 잊노니 (几嗒然時喪我)
Abigail Abigail
2021. 3. 30. 12:00
궤안(几案)에 기대 때론 멍하니 나를 잊노니 (几嗒然時喪我)
또 차운하여 회포를 풀다 (又次遣懷)
·································································· 한포재 이건명 선생
두 물줄기 만나는 곳이 우리 집이니兩河交處是吾廬
논밭 백묘면 살기에 넉넉하구나百畝生涯覺有餘
회화나무 버드나무 우거져 창문에 드리우고槐柳陰陰垂戶牖
뽕나무와 삼대는 어지러이 빈 터를 덮었는데桑麻靡靡遍丘墟
한가한 중에 흥취가 일어 시 한수 짓고 나니閑中趣味詩題後
들 밖 풍경은 이제 막 비가 그쳤도다野外風光雨歇初
궤안(几案)에 기대 때론 멍하니 나를 잊노니隱几嗒然時喪我
곁에 있는 이여, 어디 사는지 묻지 마시오傍人且莫問何居
주1)
한포재 이건명 상공은 증조부 동고 이수록, 조부 백강 이경여, 부친 서하 이민서 선생이 지내시던 고양 파주지역 교하의 별장을 개조 확장하여 그 곳에 내려와서 살곤 하였고 한 때는 형 죽서 이민적 공도 같이 이곳에서 살기도 하였는데, 죽서공은 후에 부여 백마강변 백강상공이 지내시던 백강마을로 내려갔다. 이 시에서 말하는 우리 집은 교하의 집을 말한다.
주2) 궤안에……잊노니 :
은거하여 자신을 잊고 천지자연과 하나가 됨을 말한다.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남곽자기(南郭子綦)가 안석에 기대어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지으며 멍하니 자기 자신조차 잊은 듯하였다.”라고 하였다.
출처 : 한포재집 권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