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꽃'에서 배우기
꽃들이 말하는 것은
딱 하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웃음을 잊지 말라는 것.
햇살 밝은 날에만
활짝 웃지 말고,
날씨가 궂은 날일수록
더욱 애써 웃으라는 것.
환한 웃음
그것 하나만 있으면
아무리 혹독한 시련과
고통의 날들도
견딜 수 있다는 것.
삶이 평안해서가 아니라
끝내 삶을 지켜내기 위하여
살아 있는 동안에는
웃음 또한 지켜가야
한다는 것.
위의 시(詩)는 정연복 시인의「'꽃'의 말」이라는 작품이다.
젊은 날 나는 작열하는 아름다움과 농염한 향기를 뽐내는 장미를 좋아했는데, 나이 들면서 장미에 가시가 있다는 것이 차츰 크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순(耳順)의 나이를 넘기면서 매화, 난초, 국화를 특히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들 꽃들은 우리 선조님들이 사군자(四君子)의 꽃들이라고 하면서 특별히 사랑했던 꽃들이다.
매화는 긴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봄눈이 녹기도 전에 아기웃음 같은 해맑은 모습에 고매한 향기를 뿜으며 피어나는 데에 매력이 있다.
난초는 시원하게 쭉 뻗은 푸른 가지들 속에 우아한 자태의 꽃송이에서 퍼지는 은은한 향기가 온 방안을 감도는 데에 매력이 있다.
국화는 찬바람이 불어오고 서리가 내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변함없는 청아한 자태와 풋풋한 흙의 향기를 뿜어내는 데에 매력이 있다.
나는 드디어 종심(從心)의 나이를 넘기면서 우리 선조님들이 이 사군자의 꽃들을 특히 사랑했던 높은 품격과 사려 깊은 마음에 크게 공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나 또한 그 길을 따라 걷는다는 것이 흐뭇하고 일생의 동반자들을 만난 듯 반갑기 그지없다.
2025. 4.26. 素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