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와 겸손
검소와 겸손
『사치하는 이는 부자라도 부족할 것이거늘, 어찌 검소한 사람이 가난하면서도 여유가 있음만 같으리오. 능란한 사람은 수고로우면서도 원망을 불러들이거늘, 어찌 서툰 듯 겸손해 하는 사람이 한가로우면서도 진실함을 보전하는 것만 같으리오.[ 사자부이부족(奢者富而不足), 하여검자빈이유여(何如儉者貧而有餘)。능자노이부원(能者勞而府怨), 하여졸자일이전진(何如拙者逸而全眞)。]』<채근담(菜根譚)>.
세상의 모든 물자들은 아껴서 사용하는 것이 만물을 보전하는 본성이요, 누구나 서툰 점이 있는 것이 타고난 본성이다. 그러므로 검소와 겸손은 하늘의 도(道)를 따르는 미덕(美德)이 아닐 수 없다.
검소는 천지자연의 이치에 따른 본성으로 검소한 생활을 할 때 마음에 평안이 깃들고 진리를 향한 자리에 나가게 된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는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한 것이다. 차원 높은 인격의 소유자는 검소한 생활을 즐기며, 비록 악인이라도 검소한 생활을 즐기는 사람을 공격할 빌미를 찾기 어렵다.
“지혜로운 사람은 앞날을 위해서 저축하지만 미련한 사람은 닥치는 대로 써 버린다”(잠언 21장 20절). “사치함과 호화로운 것은 여러 가지 악(惡)의 근본이요, 모든 값진 장식품도 역시 좋은 뜻을 손상시키며 백가지 구경을 좋아하는 것 역시 뜻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재물을 보게 되면 그것이 정당한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라”(백강 이경여 선생). “삼가 모든 탐심(貪心)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데 있지 아니하니라”(누가복음 12장 15절).
교회역사상 가장 큰 인물 중 한분인 성 어거스틴(St. Augustine)이 제자와 나눈 대화 가운데에 겸손에 대한 대화가 있다. 성 어거스틴의 제자 중의 한명이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기를 서원하는 사람으로 가장 중요한 덕목(德目)이 무엇입니까?” 스승인 어거스틴이 답하기를 “"겸손이니라”하였다. 또 묻기를 “겸손의 반대가 무엇입니까?” 답히기를 “교만(驕慢)이니라”하였다. 또 묻기를 “그러면 교만은 무엇입니까?” 답하기를 “나는 겸손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니라”하였다.
마틴 루터(Martin Luther)는 더욱 극명하게 이를 밝혀 말하기를 “하나님은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부터 모든 것을 창조하신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때까지는 하나님은 그에게 아무 일도 하지 않으신다.”라고 하였다.
예수 그리스도는 스스로 겸손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하나님의 뜻에 따라 자신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십자가의 고난을 받았다.
2024. 6.24. 素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