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동매(扶餘冬梅), 선비정신의 상징
부여동매(扶餘冬梅), 선비정신의 상징
의(義)를 향한 불굴의 선비정신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곰곰이 되새겨 잘 살려 가야할 우리선조님들의 높은 정신세계의 표상이요 대표적인 덕목이라 하겠다.
현대사회는 점점 더 그 양상이 다양화, 다기화하여 가면서 우리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므로, 바른 삶을 영위하여가기 위한 인생관과 가치관과 그리고 역사관을 바르게 정립하고 이를 실천하여가는 일은 그만큼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효종대왕이 "대인선생(大人先生)"으로 높여 부를 만큼 올바른 삶을 살다 간, 백강 이경여(李敬輿) 선생은 바른 도(道)를 찾고 이를 실천하려는 불굴의 의지의 상징으로 겨울에 피는 매화(冬梅)를 중국에 사신으로 갔을 때 우리나라에 가져와 심은 바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매화의 역사를 상징하는 ‘부여동매(扶餘冬梅)’이다.
우리들은 이 동매(冬梅)가 상징하는 의(義)와 지조(志操)를 실천하고자 하는 불굴의 정신을 배워 참으로 가치와 보람이 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가야 할 것이다. 참 마음의 평화와 기쁨은 여기에서 오며 진정한 행복은 스스로 영적, 정신적으로 성장하여 감에 따른 부산물로 얻어지는 것이지 달리 어디서 구해지는 것이 아니라 믿는다.
‘부여동매(扶餘冬梅)’는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22호로 부여군 규암면 진변리 백강마을 부산서원(浮山書院)에 위치하고 있다.
매화나무는 가지가 초록색이며, 잎은 어긋나고 계란형으로 끝이 뾰족하다. 꽃은 3월에 잎보다 먼저 피며, 연한 홍색이 도는 흰빛으로 향기가 강하다. 매화나무는 추위가 덜 가신 초봄에 꽃이 피기 시작하므로 봄소식을 알려주는 나무로 아낌을 받아왔다. 특히,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운다 하여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아 많이 재배하였고, 시나 그림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하였다.
‘부여동매(扶餘冬梅)’는 진변리 백강마을에 있는 부산서원(浮山書院) 입구 왼쪽에 있다. 이 매화나무의 나이는 70년 정도로 생각되며, 돌기둥과 철책으로 보호되고 있다. 나무 앞에는 ‘부여동매(扶餘冬梅)’라고 새겨진 비석이 있다. 이 나무는 약 4백 년 전 백강 이경여 선생이 중국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매화나무 3그루를 가져와 심었다고 전해지나 2그루는 죽고 나머지 한 그루마저 일제강점기 말기 불에 타 죽어 현재 남아있는 나무는 죽은 나무의 뿌리에서 싹이 나 자란 것이라고 한다. 부여 동매는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교류관계를 알려주는 나무로 향토문화연구의 자료로서 가치가 있어 문화재자료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백강 이경여 선생은 매화를 지극히 사랑하였으니, 그의 귀양길 시 “謫路過愼伯擧(적로과신백거”에도 매화가 깊은 애정의 대상으로 등장하여 그 고고한 향기를 들어내고 있다.
귀양길에 신백거의 집을 지나며[謫路過愼伯擧(적로과신백거)]
千里江南處處花(천리강남처처화) : 천리 길 강남은 곳곳마다 꽃이라
獨憐梅影照孤槎(독연매영조고사) : 외로운 뗏목 배 매화 그림자 너무 사랑스러워
今來月出山前路(금내월출산전로) : 눈앞에 보이는 산길로 달 떠오르는데
羞過西湖處士家(수과서호처사가) : 서호(西湖)에 은거하는 처사의 집 지나기 부끄럽구나.
* 독련(獨憐) : 유독 사랑스럽게 여기다.
* 매영(梅影) : 매화나무와 꽃의 그림자.
* 고사(孤楂) : 뗏목 배.
* 월출산(月出山) : 전라남도에 있는 산 이름. 전남영암에서 신백거가 은거 하였다.
* 수과(羞過) : 부끄러운 마음으로 지나가다.
* 서호처사(西湖處士) : 은거중인 백거(伯擧) 신천익(愼天翊)을 말한다.
우의정 백강 이경여 선생은 소현세자가 죽고 이어 인조가 소현세자빈 강씨를 사사(賜死)하려하자, 이에 적극 반대하다 진도로 유배되었다. 이 시는 이후 봄날 북쪽 끝 삼수(三水)로 다시 유배지를 옮겨가는 길에서, 강남의 봄날 풍경과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과 은거하여 지내던 백거 신천익을 만난 쓸쓸한 소회를 그린 작품이다.
봄날 아름다운 우리 강산의 정경과 매화와 달의 향취가 정겹다. 허나 본인은 정승이면서도 임금을 잘 이끌지 못하여 소현세자와 강빈을 죽게 하고 귀양길에 오른 모습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다. (이후 효종이 즉위하자 풀려나 영의정이 되어 민생의 안정과, 북벌계획을 도모하다가 불안을 느낀 청나라 황제의 압력으로 다시 물러난다).
2024. 6.17. 素澹
첨부 : ‘부여동매(扶餘冬梅)’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