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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歷史)란 무엇인가?

Abigail Abigail 2023. 12. 13. 10:58

역사(歷史)란 무엇인가?

 

역사는 사라진 것에 대한 기록이다. 사라지는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나 문명은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흔적과 의미를 남긴다. 그 흔적과 의미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역사다.

 

스스로가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아는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존재이다. 의미가 없는 삶은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하는 것에 불과하다. 영혼을 지니고 의미와 가치를 지향하는 인간은 그저 존재하기만 하는 인생은 용납하기 어렵다.

 

이렇게 자신의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먼저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의미가 있었음을 입증해야했고 이런 필요가 역사라는 서사시(敍事詩)를 만들어 낸 것이다.

 

<춘추(春秋)>는 공자가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이 춘추(春秋)에 기록되어 있는 기간(B.C 770∼B.C 403)을 춘추시대(春秋時代)라 부른다. 맹자는 이런 공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태평한 세상이 쇠퇴하고 인의(仁義)의 도(道)가 쇠미하여, 괴이한 학설과 난폭한 행위가 일어나니 신하가 군주를 시해(弑害)하는 경우도 있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경우도 있었다. 공자께서 이를 심히 우려하여 춘추(春秋)라는 역사서를 저술하였다. ··· 공자가 춘추(春秋)를 짓자 난신적자(亂臣賊子)들이 비로소 두려워하였다.”<맹자(孟子) 승문공(騰文公)(下)>.

 

춘추시대는 신하가 군주를 죽이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하극상의 시대였다. 이때 대의(大義)와 명분(名分)을 중시하여 난신적자(亂臣賊子)를 비판한 공자의 엄정한 판정의 필법 자세를 춘추필법(春秋筆法)이라 하는데, 이는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중립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사실 하나하나에 대해 단호한 평가를 내리는 자세다. 그는 기록 대상을 가리지 않고 역사적 사실에 대해 자신의 글의 행간을 통해 추상같이 평가하였다. 그의 이런 ‘춘추필법(春秋筆法)’은 후세 역사기록의 전형으로 받들어졌다.

 

한편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은 사대부로서 억울한 일을 당하여 죽음보다도 치욕적인 궁형(宮刑)을 선택했던 것은 <사기(史記)>의 완성을 위한 것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아래의 유언을 잊지 않았다. “주공(周公)이 죽은 지 오백년 뒤에 공자가 나왔고 공자가 죽은 지 이제 오백년이 되었으니 누군가 그 뒤를 이어 세상을 밝히기 위해 주역을 바로잡고 춘추정신을 계승하여 시경, 서경, 예악의 정신을 찾는 사람이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그는 아버지의 이 유언의 말이 자신을 향한 것으로 보고 그의 인생을 여기에 걸은 것이다.(선호상,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인문학’에서).

 

사마천의 위대성은 바로 여기에 있으니, 그는 개인의 불행을 거대한 역사의 문제로 확장, 승화하여 역사적인 서사시 <사기(史記)>를 써내려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역사서들을 통하여 지난날들을 조명하고 그 흐름 속에서 이어질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그 안에서 내 인생을 걸어야할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역사를 망각하거나 왜곡하거나 배우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우리는 아픈 과거를 잊지 말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이것을 제대로 못하면 개인은 물론 나라도 몰락의 길로 가는 것이다.

 

2023.11.13.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