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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불행

Abigail Abigail 2023. 7. 4. 07:59

세 가지 불행

 

“사람에게 세 가지 불행한 일이 있으니, 어려서 과거에 급제하고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첫째 불행이요, 부모 형제의 권세에 의해 좋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두 번째 불행이요, 뛰어난 재주와 문장력이 세 번째 불행이다[人有三不幸 少年登科 一不幸 席父兄弟之勢 爲美官 二不幸 有高才能文章 三不幸也]”<정이(程頤), ‘이정전서(二程全書)’ 에서>.​

 

대장간의 무쇠는 담금질과 두드림을 통하여 더욱 단단해진다. 고난과 고통은 오히려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문이 될 수 있으며 사람은 자기가 체험한 만큼 세상을 보는 안목이 생기고 내면세계가 깊어진다. 인간의 안목과 인격과 영혼은 고난과 고통을 통해서 단련되어 더욱 더 높은 차원으로 나아간다. ‘지상병담(紙上兵談)’ 이란 고사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로 ‘종이 위에 펼쳐진 용병술’이라는 의미인데 이는 경험이 뒷받침 되지 않는 이론만의 병법은 실제 전쟁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것으로 경험과 경륜이 반드시 필요함을 말하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인생길 ‘세 가지 불행(人有三不幸)’이 단순한 불행을 넘어 위험한 까닭은 너무 일찍 오른 자리이기에 합당한 덕과 경륜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타고난 재능과 학식이 있더라도 덕과 인격이 뒷받침 되지 못하면 교만해 질 수 밖에 없고 경험과 경륜이 부족해서 조그만 위기가 닥쳐도 제대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자고로 시험 1등이 공부 이외에서 훌륭한 인물이 된 경우가 드물고,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이 어려운 난국을 지혜롭고 뚝심 있게 헤치고 나가는 배경에는 그가 사법시험에 9수를 하면서 인생살이와 세상물정을 널리 체득한 것이 한몫을 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백강 이경여 선생은 재상으로 있으면서 재능이 있고 공을 세우기 좋아하는 약삭빠른 사람보다는 경륜이 있고 덕과 행실이 바른 이를 우선하여 발탁할 것을 말씀한 것이다.

 

채근담(菜根譚)에 ‘조수불여만성야(早秀不如晩成也. 일찍 뛰어남은 늦게 이루어지는 것만 못하다)’란 말이 있고, 한비자(韓非子)에는 ‘선유자익 선기자추(善游者溺 善騎者墜, 수영을 잘 하는 사람이 물에 빠지고, 말을 잘 타는 사람이 말에서 떨어진다)’란 말이 있음을 잊지 말자. ‘새옹지마(塞翁之馬)’란 경구가 말해주듯이 오늘의 복(福)이 내일의 화(禍)가 될지, 오늘의 화가 내일의 복이 될지 알 수 없는 게 우리들의 인생살이이다.

 

“사람이 아무리 지식과 지혜를 쌓고 훌륭한 행실을 행하여도 역경에 처하여서 그 역경 가운데서 새 희망을 품어 헤쳐 나오지를 못하면 대부분 실의에 빠져 초췌한 모습으로 한을 품고 죽어간다”(다산 정약용 선생). 여기서 우리는 사도 바울의 빌립보서 4장 12절에서 말한 “일체의 비결(秘訣)”을 깊이 음미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바울처럼 오직 진리 안에 거하는 자라야 모든 고난과 역경을 뛰어 넘고 승리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뛰어난 학자가 된 것은 그가 폐족으로 몰려 수십 년을 귀양살이 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오로지 학문에 정진했기 때문이다. "위대한 인물은 확고한 결의를 품고 결코 포기 할 줄을 모르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릭 워렌(Rick Warren)>.

 

“나의 실력을 남들이 알아주지 못할 찌라도 꾸준히 나아가면 그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인부지이온(人不知而溫) 불역군자호(不亦君子乎)]”(논어). “군자는 중용에 의지하여 세상에서 숨어 있어 알려지지 않아도 후회하지 않으니 이는 오직 성자(聖者)라야 그렇게 할 수 있다. [군자 의호중용 돈세불견지이불회 유성자능지(君子 依乎中庸 遯世不見知而不悔 唯聖者能之)]”(중용). 그런즉 안분낙도(安分樂道, 분수를 알고 하늘의 이치를 따름)하라! 오직 보물을 하늘에 쌓으라!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며 도적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적질도 못하느니라 네 보물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마태복음 6장 20-21절).

 

2023. 7. 4.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