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과 감사
만족과 감사
“「경행록」에 이르기를, 만족함을 알면 가히 즐거울 것이오, 탐욕스러움에 힘을 쓰면 곧 근심이 되느니라 하였다[景行錄(경행록) 云(운) 知足可樂(지족가락) 務貪則憂(무탐즉우)].”<명심보감(明心寶鑑) 안분편(安分篇)에서>.
속담에 아흔 아홉 마리 가진 목동이 한 마리 가진 목동을 시기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람의 욕심은 밑 빠진 동이처럼 끝이 없다. 그런즉 문제는 지금 내가 얼마를 소유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더 소유하려는 탐심(貪心)이다. 고로 이 탐심을 극복하고 하늘이 내게 주신 분수를 지키는 것은 성공하는 인생을 위해 필요한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하니라”(누가복음 12장 15절).
『원(元) 나라 때 허형(許衡)이 이르기를 “천지간의 인물에는 저마다 분한(分限)이 있으니 분한 밖에 지나치게 바라서는 안 된다. 마구 써서 없애는 것이 많고 보면 하늘에 죄를 얻는다.” 하였는데, 이는 대개 사치를 다하고 탐욕을 다하는 것은 실로 복(福)을 꾀하는 방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1653년 효종4년 7월2일 백강 이경여 선생 상차문(上箚文) 중에서>.
제 분수(分數)를 알고 마땅히 그쳐야 할 데에서 그쳐야 하늘의 화(禍)를 면할 수 있는 것이니, 우리는 안분낙도(安分樂道) 하여야 한다. “만족할 줄을 알아 늘 만족하며 지낸다면 일생 동안 욕됨이 없을 것이며, 그칠 때를 알아 그 알맞은 때에 그친다면 일생 동안 부끄러움이 없으리라[知足常足(지족상족) 終身不辱(종신불욕) 知止常止(지지상지) 終身無恥(종신무치)].” <明心寶鑑 安分篇에서>. 하늘이 내게 주신 분수를 알고 사람이 행할 도리(道理)를 즐거운 마음으로 행해갈 때에 비로소 행복이 찾아든다. 탐욕(貪慾)은 바로 패망(敗亡)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군자는 중용에 의지하여 세상에서 숨어 있어 알려지지 않아도 후회하지 않으니 이는 오직 성자(聖者)라야 그렇게 할 수 있다[君子 依乎中庸 遯世不見知而不悔 唯聖者能之(군자 의호중용 돈세불견지이불회 유성자능지).] <중용(中庸) 1편 11장 ‘군자(君子)의 도(道)’에서>.
“가슴속의 즐거움을 미루어서 사물에 미치면 천지 만물이 모두 나와 일체이니, 어느 한 가지도 나의 즐거움 가운데에 있지 않는 것이 없다[自其胷中之樂 推而至於及物, 則天地萬物 猶吾一體 無一不在吾樂之中(자기흉중지락 추이지어급물, 즉천지만물 유오일체 무일부재오락지중)].” <권근(權近), ‘독락당기(獨樂堂記)’에서〉.
내 스스로 마음에 반성하여도 괴롭지 않으며, 천지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독락(獨樂)이다. 대개 사람에게 욕심이 있으면 그 마음이 분주하여 근심이 많고, 욕심이 없으면 천리(天理)가 저절로 밝아져서 가는 곳마다 편안함을 느껴 즐거울 것이다. 군자의 즐거움에는 본말이 있는데 자신의 가슴속에 얻은 즐거움은 본(本)이고, 나타내어 사물에까지 미치는 것은 말(末)이다. 그 가슴속의 즐거움을 미루어서 사물에 미치면 천지 만물이 모두 나와 일체이니, 어느 한 가지도 나의 즐거움 가운데에 있지 않는 것이 없다. 고로 남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으려면 우선 내 자신부터 즐거워야 하는 것이다.
나의 마음이 즐거우면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고 즐거움의 대상으로 보여 진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이 마음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언 4장 23절).
백강 이경여 선생이 평소 즐기는 모습을 우암 송시열 선생이 ‘백강상공 신도비명(神道碑銘)’에서 이르기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공은 매양 공무(公務)를 마친 여가에는 흥취(興趣)를 가져서 속세(俗世)를 벗어나는 고상(高尙)한 생각이 있었다. ~ 공은 천품(天稟)이 청수하고 아름다우며 힘써 배워서 학문하는 요점을 알았다. 공이 일찍이 이르기를, “이 마음은 마치 광풍제월(光風霽月 비가 갠 뒤의 깨끗한 바람과 달)과 같은 것이니, 야기(夜氣 밤의 깨끗하고 조용한 마음)에서 더욱 알 수 있다.” 하였다. 그러므로 독서(讀書)로써 물을 대듯하여 그 인격의 뿌리를 북돋았다. 이 때문에 글을 짓고 일을 처결하는데도 모두 본말(本末)이 있었다. ··· 공은 항상 마음이 즐겁고 평온하여 간격이 없었고 또 일찍이 세속에 유동하지 않은 점이 있었다.』
백강상공의 즐거움은 요약하면 속세를 벗어난 고상한 생각을 품고, 여가에는 흥취(興趣)를 즐기며 늘 독서함으로 마음을 평안하고 즐겁게 하며, 선(善)을 이루기를 좋아한 것이 핵심으로 보인다.
“고난 받는 사람에게는 모든 날이 다 불행한 날이지만, 마음이 즐거운 사람에게는 모든 날이 잔칫날이다.”(잠언 15장15절). 우리의 마음이 즐거워지는 것을 막는 주범이 비교의식이다. 바로 이 비교의식이 우리 마음의 즐거움을 앗아간다. 비록 부족한 것 같아도 남과 비교하지 않는 내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에게 각기 다른 사명과 달란트를 주셨기 때문이다. 남과 비교할 때 마음의 평안과 행복은 멀어진다. 주신 바에 감사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나는 행복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범사(凡事)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로니가전서 5장 18절).
고통과 괴로움의 순간 감사한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불가능하게 보일 때가 많은데 그런데도 하나님은 감사하라고 명령하고 계신다. 실제로 이 명령의 말씀 속에는 감사하게 하실 하나님의 사랑이 담긴 말씀처럼 들린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우리가 감사할 수 있게 해 주신다는 것이다.
2023. 7. 3.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