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족가락(知足可樂) 무탐즉우(務貪則憂)
지족가락(知足可樂) 무탐즉우(務貪則憂)
『‘허형(許衡)’이 이르기를 “천지간의 인물에는 저마다 분한(分限)이 있으니 분한 밖에 지나치게 바라서는 안 된다. 마구 써서 없애는 것이 많고 보면 하늘에 죄를 얻는다.” 하였는데, 이는 대개 사치를 다하고 탐욕을 다하는 것은 실로 복(福)을 꾀하는 방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1653년 효종4년 7월2일 백강 이경여 선생의 상차문(上箚文) 중에서>
(註) ‘허형(許衡)’~ 원(元) 나라 세조 때 집현대학사 겸 영태사원사(集賢大學士兼領太史院事)로서 수시력(授時曆) 편찬을 주도한 사람. 후에 공자(孔子)의 묘정(廟庭)에 종사되었고 세상에서 노재(魯齋) 선생으로 불림. 그의 학풍은 실천적인 성향의 것으로서 여말 선초(麗末鮮初) 신진 사대부들의 학문에 영향을 끼쳤음.
“삼가 모든 탐심(貪心)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데 있지 아니 하리라” (누가복음 12장 15절)
존 밀턴의 『실락원』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하나님을 배신한 천사가 마귀 왕이 되고 그의 군사가 천사장 가브리엘의 군사와 싸워 패하여 땅으로 쫓겨나 바닷가 갯벌에 처박혔습니다. 얼마 후 정신을 차려 땅에서 살아갈 방도를 생각했는데, 그것이 곧 이 땅에 맘몬(Mammon)의 왕국을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맘몬은 돈의 신인데 돈은 이제 물물교환의 증표가 아니라 마왕(魔王)의 뜻대로 날개 돋친 마왕의 사자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시대를 황금만능 시대라고 합니다.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돈은 남을 위하여 쓰면 황금같이 빛나지만 나의 명예와 향락을 위해 쓰면 일만 악의 뿌리가 될 것입니다. 바울은 돈을 삶의 건전한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삼을 때 모든 악의 뿌리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 (디모데전서 6장 10절)
언제부터인가 ‘부자 되세요’ 라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부자가 되어서 나쁠 것은 없지만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사람이 부(富)를 추구할 때 탐심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또 부를 지나치게 추구하다보면 이기적이고 경쟁적이 되어 한계를 넘게 되고, 재물이 주는 행복감은 일시적이어서 불안과 염려를 더할 뿐이며 사람이 부에 지나치게 집착할 때 죄의 강에서 결국 멸망을 자초하게 됩니다. “부(富)하려 하는 자들은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 해로운 정욕(情慾)에 떨어지나니 곧 사람으로 침륜(沈淪)과 멸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디모데전서 6장 9절).
영국의 헨리 6세 때 대법관을 지낸 보프루 추기경은 죽음에 이르러 다음과 같이 외쳤습니다. “이렇게 부자인 내가 왜 죽어야 하는가? 도대체 죽음은 돈으로도 고용되지 않는단 말인가? 돈이 이렇게 무력한가?” 그렇습니다. 돈으로 되는 게 있고 안되는 게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예비한 것이 뉘 것이 되겠느냐 하셨으니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 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富饒)치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누가복음 12장 20-21절).
그래서 마태복음 6장 20절에서는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고 하였습니다. 네 보물이 있는 곳에 네 마음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주님은 지금도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 하니라”(누가복음 12장 15절).
고로 우리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을 배웁시다. 하나님이 주신 바, 가진 바를 족한 줄로 알고 살아갑시다. 같은 맥락으로 명심보감(明心寶鑑) 안분편(安分篇)에서는 “만족함을 알면 가히 즐거울 것이오, 탐욕스러움에 힘을 쓰면 곧 근심이 되느니라. <景行錄(경행록)에 云(운) 知足可樂(지족가락)이오 務貪則憂(무탐즉우)니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2023. 5.11.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