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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장애, 역경, 고난

Abigail Abigail 2023. 4. 30. 12:58

한계, 장애, 역경, 고난

 

한계, 장애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그 한계와 장애가 오히려 새로운 길을 열어주곤 한다.

 

제약조건이 예술을 만든다. 시를 쓸 때, 운(韻)을 맞춰서 써야 한다. 두운, 각운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리듬을 타게 되고, 더 마음속에 와 닿는 감동이 있는 것이다. 천자문의 유래는 이렇다. 중국 남조 양나라 무제 때에 주흥사(酒興士)가 있었다. 왕의 명에 의해 하룻밤 사이에 똑같은 글자를 사용하지 않고, 사언고시(四言古詩) 250개로 문장을 만들어야 했다. 살기 위해서 주흥사는 죽는 힘을 다해서 시를 지었다. 오로지 죽지 않으려는 발버둥이었다. 하룻밤 만에 천자문을 완성한 후 거울을 보니, 머리털이 하얗게 세었다고 한다. 그래서 천자문을 "백수문(白首文)"이라고도 한다. 사언고시 250개의 문장, 하룻밤이라는 제약조건이 천자문이라는 걸작을 만들어낸 것이다.

 

젊은 시절 피카소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피카소는 슬럼프를 이기기 위해서 스스로 한계를 정했다. 오로지 푸른색 계열의 색만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이 방법을 통해서 그는 슬럼프도 극복하고 새로운 미술 영역을 개척하게 되었다. 옛날에는 잘사는 아이와 못사는 아이의 구분이 크레파스에 있었다. 잘 사는 아이는 60가지 색이 있는 크레파스를, 못사는 아이는 12가지 색의 크레파스를 사용했다. 60가지 색을 사용한 아이는 현란하고 복잡한 그림을 그렸다. 12색의 아이는 색을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색을 섞어서 새로운 색을 만들고, 여러 색을 점묘기법(點描技法)으로 묘사하는 법까지 터득하게 되었다. 색이 많지 않은 크레파스는 제약조건이지만 오히려 거기에서 창의력이 나왔다.

 

이와 같은 이치로 역경과 고난이 오히려 사람을 성숙시키고 큰 인격자를 만든다.

 

고무 밴드와 인간은 공통점이 있다. 고무 밴드는 잡아당겨져야 제 기능을 할 수가 있고 인간은 역경과 고난을 당해야만 성숙해져서 그 기능을 다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내 형제 여러분, 여러 가지 시련을 당할 때 여러분은 그것을 다시없는 기쁨으로 여기십시오”(야고보서 1장 2절).

 

채근담(菜根譚)에서 홍자성은 말하기를 “하늘의 뜻은 예측하기 어렵다. 시련을 주는가하고 생각하면 영달(榮達)을 주기도 하고 영달을 주는가하고 생각하면 다음은 또 시련을 준다”라고 하여 우리 인생에 역경과 고난이 무시로 찾아옴을 말하고 나서, “역경에 처한 때에는 신변의 모든 것이 양약(良藥)이 되어, 절조(節操)나 행동이 모두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닦아진다. 순경(順境)에 있을 때는 눈앞의 모든 것이 흉기로 화하여 몸 전체의 기운이 빠져 나가도 깨닫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위대한 사람이란 남달리 결의에 차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들은 어떤 역경과 고난의 언덕도 극복하며 중도포기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인간의 위대함은 그의 명성, 지위, 부(富) 등에 의하여 결정 되는 것이 아니며 무엇이 그 사람을 좌절시키는가에 달려있다”(Rick Warren).

 

또한 진리에 대한 깊은 통찰력도 사람이 역경을 만나 가장 깊은 고난과 고뇌 가운데에 있을 때에 생겨난다.

 

2023. 4.30.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