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선한 단서 반드시 채워지면(善端必充)

Abigail Abigail 2022. 12. 29. 11:03

선한 단서 반드시 채워지면(善端必充)

******* 선한 단서 반드시 채워지면 악은 이에 징계 받나니(善端必充 惡斯懲兮)

 

복견천지지심부〔復見天地之心賦〕

························································ 서하 이민서 선생

건곤(乾坤)이 변화하여 / 乾坤變化

돕고 의지함이여 / 翼而馮兮

음양(陰陽)은 단서가 없이 / 陰陽無端

동정(動靜)을 타나니 / 動靜是乘兮

사계절이 옮겨 가며 / 四序推遷

번갈아 이어지네 / 迭相承兮

봄기운 분발하고 / 春氣奮發

여름은 무더우며 / 夏候蒸兮

가을은 초목을 시들게 하고 / 秋令肅殺

엄동(冬嚴)엔 응결되니 / 冬嚴凝兮

서리 밟고 점차 이루어지면 / 履霜馴致

단단한 얼음에 이른다오 / 至堅氷兮

양(陽)이 깊숙한 땅에 엎드려 / 陽伏九地

굳게 닫고서 오르지 않음이여 / 健閉而不騰兮

고요히 감춘 채 / 寂然摧藏

음(陰)이 나와 날로 더한다네 / 陰進而日增兮

큰 과일이 먹히지 않으니 / 碩果不食

양(陽)이 의지함이라 / 陽所憑兮

때가 이르러 기(氣)가 동하여 / 時至氣動

밀봉(密封)한 것을 열었다오 / 啓緘縢兮

시작은 미약하나 / 其始綿綿

뒤에 벗을 얻어 / 後得朋兮

뭇 음(陰)들 물러나고 / 群陰退伏

해가 한창 떠올라 / 日方昇兮

만물이 이를 따라 / 萬類從之

생장을 하게 되니 / 出入仍兮

천지의 마음을 / 天地之心

동(動)하는 곳에서 징험(徵驗)한다오 / 動處徵兮

기틀은 잠시도 멈추지 않아 / 機不暫停

내려가고 올라감이여 / 降而升兮

물(物)은 끝내 다할 수 없어 / 物不終窮

폐(廢)했다가 흥(興)한다네 / 廢而興兮

물(物)을 낳는 성대한 뜻은 / 藹然生意

변함없는 하늘의 덕(德)이요 / 天德之恒兮

그 사이를 왕래함은 / 其間往來

음양(陰陽)의 본디 능함이라네 / 二氣之良能兮

선왕(先王)은 관문(關門)을 닫고서 / 先王閉關

안정하여 응(應)하고 / 靜以應兮

군자는 상(象)을 관찰하여 / 君子觀象

스스로 전전긍긍한다오 / 自戰兢兮

선(善)한 단서 반드시 채워지면 / 善端必充

악(惡)은 이에 징계 받나니 / 惡斯懲兮

멀리 가지 않고 돌아옴을 / 不遠之復

가슴에 새기길 바라노라 / 庶服膺兮

<출처 : 서하집 제1권 / 부(賦)>

 

[주-1] 복견천지지심(復見天地之心) :

《주역》에 순음(純陰)인 〈곤괘(坤卦)〉에서 양효(陽爻) 하나가 회복하여 다섯 음효(陰爻)의 맨 아래에 새로 생기면 〈복괘(復卦)〉가 되는데, 달로는 음력 11월인 동짓달이 이에 해당한다. 〈복괘 괘사(卦辭)〉에 “그 도를 반복하여 7일 만에 회복한다.[反復其道, 七日來復.]” 하였고, 〈복괘 단(彖)〉에 “복에서 천지의 마음을 본다.[復其見天地之心乎]” 하였다. 천지의 마음이란 양(陽)이 소멸하지 않아 끊임없이 만물을 생성하는 것을 말한다.

[주-2] 서리 …… 이른다오 :

《주역》 〈곤괘(坤卦) 초육(初六) 상(象)〉에 “서리를 밟으면 단단한 얼음에 이른다는 것은 음(陰)이 처음 응결한 것이니, 그 도(道)를 점차 이루어 단단한 얼음에 이른 것이다.[履霜堅冰, 陰始凝也, 馴致其道, 至堅冰也.]”라고 하였다.

[주-3] 큰 과일이 …… 않으니 :

이는 《주역》 〈박괘(剝卦) 상구(上九)〉에 나오는 효사(爻辭)인데, 정이(程頤)의 전(傳)에 “여러 양(陽)이 소박(消剝)하여 이미 다하고 홀로 상구(上九) 한 효(爻)만이 아직 남아 있으니, 큰 과일이 먹힘을 당하지 않아 다시 생겨날 이치를 보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주-4] 시작은 …… 얻어 :

《주역》 《복괘(復卦) 괘사(卦辭)》에 대한 정이의 전에 “한 양(陽)이 처음 생겨 지극히 미미하니, 진실로 여러 음을 이겨 만물을 발생시키지 못하고, 반드시 여러 양이 오기를 기다린 뒤에야 만물을 낳는 공을 이루어 어그러짐이 없으니, 이는 벗이 와야 허물이 없는 것이다.[一陽始生至微, 固未能勝群陰而發生萬物, 必待諸陽之來, 然後能成生物之功而无差忒, 以朋來而无咎也.]”라고 하였다.

[주-5] 천지(天地)의 …… 징험한다오 :

《주역》 〈복괘(復卦) 단(彖)〉에 “복(復)에서 천지의 마음을 볼 수 있다.[復, 其見天地之心乎.]” 하였는데, 정이(程頤)의 전(傳)에 “한 양(陽)이 아래에서 회복함은 바로 천지(天地)가 만물을 낳는 마음이다. 선유(先儒)들이 모두 이르기를 ‘정(靜)에서 천지의 마음을 볼 수 있다.’ 하였으니, 동(動)의 단서가 바로 천지의 마음임을 알지 못한 것이다.” 하였다.

[주-6] 물(物)은 …… 흥한다네 :

《주역》 〈서괘전(序卦傳)〉에 “물은 끝내 다할 수 없으니, 박(剝)이 위에서 궁극하면 아래로 돌아오므로 복괘로 받았다.”라고 하였다.

[주-7] 선왕(先王)은 …… 응하고 :

《주역》 〈복괘 상(象)〉에 “우레가 땅 가운데 있음이 복(復)이니, 선왕(先王)이 보고서 동짓날에 관문(關門)을 닫아 장사꾼과 여행자가 다니지 못하게 하며 임금은 사방을 시찰하지 않는다.[雷在地中, 復, 先王以, 至日閉關, 商旅不行, 后不省方.]” 하였는데, 정이(程頤)의 전(傳)에 “우레가 땅속에 있음은 양(陽)이 처음 회복하는 때이다. 양이 처음 아래에서 생겨 심히 미미하니, 안정한 뒤에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선왕은 천도(天道)에 순응하여 동짓날 양이 처음 생길 때를 당하면 안정(安靜)하여 양을 기른다. 그러므로 관문을 닫아 장사꾼과 여행자가 다니지 못하게 하고 인군(人君)은 사방을 시찰하지 않으니, 이는 복괘(復卦)의 상(象)을 보고 천도에 순응하는 것이다.” 하였다.

[주-8] 멀리 …… 돌아옴을 :

《주역》 〈복괘 초구(初九) 상〉에 “멀리 가지 않고 돌아옴은 이로써 몸을 닦는 것이다.[不遠之復, 以修身也.]” 하였는데, 정이의 전에 “멀리 가지 않고 돌아옴은 군자가 몸을 닦는 도(道)이다. 학문하는 방도는 다른 것이 없다. 오직 불선(不善)임을 알면 빨리 고쳐 선(善)을 따를 뿐이다.” 하였다.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ㆍ한국고전문화연구원 | 황교은 유영봉 장성덕 (공역) |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