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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적광토(常寂光土)에 이르려면

Abigail Abigail 2022. 12. 16. 14:47

상적광토(常寂光土)에 이르려면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상적광토(常寂光土)’란 ‘언제나 고요하고 광명한 세계’를 뜻하는 것으로 「돈황본단경(敦煌本壇經)」에 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불가에서 인간이 이 ‘상적광토(常寂光土)’의 지경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를 경계(境界, 인과의 이치에 따라 스스로 받는 과보)에 집착하여 망념(妄念)이 지혜를 덮어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면 참다운 법을 열어주는 선지식(善知識, 바른 도리를 가르치는 사람)을 만나서 미망(迷妄)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미망을 없애버리는 길은 정오정각(正悟正覺)하여 견성(見性)하라는 것 즉 바르게 깨치고 바르게 깨달아서 성불(成佛)하여 부처가 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백강 이경여 선생은 위의 불가의 가르침은 마치 벽을 보고 대하는 것처럼 애매하고 허황(虛荒)하다고 보아 유학(儒學)을 바탕으로 한 실제적인 학문의 연마(硏磨)를 통하여 세상만사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마음의 능력을 기를 것을 아래와 같이 1653년 7월 2일 효종대왕에게 상차(上箚)하였다.

“사람의 도리는 덕(德)을 밝히려고 마음을 맑고 바르게 바루어 나감을 근본으로 합니다. 그러려면 학문을 강명(講明)하여 마음을 개발(開發)함으로 바른 것을 회복하고 이욕(利慾)의 사사로운 것을 이겨 만화(萬化)의 주재가 되어 끝이 없는 사변(事變)에 대응하여야 될 것입니다. 이른바 강학(講學)은 성인(聖人)의 가르침을 깊이 몸 받고 그 지취(旨趣)를 밝혀, 의리(義理)의 당연한 것을 찾고 매사(每事)에 잘잘못의 기틀을 증험(證驗)하여,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참으로 알아가고, 미리 생각하여 대책을 세워두도록 하여야 합니다.” (조선왕조실록과 백강집).

 

한편 기독교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성품을 이 세상에서 사는 마지막 순간 까지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배우고 닮으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의 완성은 이 세상에서는 인간의 원죄(原罪)로 인하여 불가능하며, 다만 이 세상에서는 그 마음과 정성에 따라 예수의 인격과 성품에 더욱 가까워지다가, 내세에 천국에 이르러 하나님을 뵈올 때에 비로소 완성이 된다고 한다. 내 모습 등 뭇 인간들의 실상을 보며 생각건대 어느 누구나 죄 많은 그런 인간의 능력으로는 이 세상에서는 완성에 도달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 기독교의 교리는 매우 현실적이고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성품은 본인이 직접 밝힌 온유와 겸손 그리고 사도 바울이 밝힌 성령(Holy Spirit)의 열매로서의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良善, goodness)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로 대변된다. “나 예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 (마태복음 11장 29-30절).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니...” (갈라디아서 5장 22-23절).

 

2022.12.16.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