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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은(大隱) 어시은(於市隱)

Abigail Abigail 2022. 6. 15. 19:28

대은(大隱) 어시은(於市隱)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누구인가?”

 

많은 이들이 주저하지 않고 세종대왕을 꼽는다. 훈민정음 창제와 측우기, 해시계 등의 많은 발명품을 남겼으며, 대한민국 만원권 화폐의 표지모델이기도 한 그의 훌륭한 업적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그 많은 위업을 이룰 수가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었다.

 

세종대왕이 어떤 식견을 가지고 어떻게 조직에 생기를 불어넣었으며, 무슨 고민을 했고 어떤 노력들을 기울였는가를 알아봄으로써, 우리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을 가장 잘 경영했던 인물’에 대한 모범적 사례를 발견하게 된다.

  

세종대왕은 시대의 변혁을 꾀한 혁신적인 리더였으며 깊은 공부를 바탕으로 불멸의 추동력(推動力)을 가지고 있었다.

 

위대한 인물들은 누구나 그의 마음 깊은 곳에 불멸의 추동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세종대왕이 가슴속에 품었던 깊은 의지를 “긍정적인 허무(虛無)”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것은 그가 조선 초기와 고려 말기의 권력쟁투와 무너져가는 인간사의 허무에서 발견한 것이 다름 아닌 인간 존재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이었고, 그것이 나아가 사람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승화되었기에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세종대왕은 조선 초기의 권력투쟁의 과정에서 그의 아버지 태종대왕에 의해 건국을 위해서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는 것을 보았다. 이로 인해 세종대왕의 심중에는 ‘적극적인 역사 개척보다는 허무에 기반을 둔 인간사와 인생에 대한 연민’이 더 크게 자리 잡게 되었으며, 바로 그것이 그가 역사를 이끌어간 동기가 되고 추동력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세종대왕의 두 형들은 골치 아픈 왕의 자리에서 도망쳤다. 첫째 형은 미친 척했고, 둘째 형은 중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세종이 선택한 길은 노자의 도(道)인 “대은(大隱)은 어시은(於市隱) : 깊게 은둔하는 것은 시끌벅적한 시장 속에서 세상 사람과 동고동락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이었다. 세종대왕이 평생 실천한 실사구시(實事求是: 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탐구하는 일)와 무실역행(務實力行: 참되고 실속 있도록 힘써 실행함)은 또 다른 허무를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었으며, 말년에 지은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에는 이러한 세종대왕의 이상이 잘 녹아 있다. 

 

세종대왕은 무엇보다 시대가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면밀히 탐색했다. 새로운 왕조가 들어선 뒤 인재 부족으로 인한 국정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인재수급과, 백성들의 새 왕조에 대한 기대에 부응해 민생고를 해결해 주는 데에 크게 주안점을 두었다. 세종대왕은 부친 태종대왕의 죽음을 앞두고 이런 시대적 요구사항을 고민하며 철저하게 준비해 나갔다.

또한 세종대왕은 가정적으로는 후손들에게 “가전충효(家傳忠孝) 세수인경(世守仁敬)” 즉 “대를 이어서 충성하고 효도할 것이며 시대를 뛰어넘어 영원히 어질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말씀을 남겼는데 그의 후손 중 밀성군파 백강 이경여 선생의 가문은 고결한 지조(志操)를 잃지 않고 살아 삼대 연속 문형(文衡)과 훌륭한 재상과 판서 등을 많이 배출함으로서 조선 최고의 명문 가문으로 손꼽히니 그는 가정적으로도 매우 훌륭한 리더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2022. 6.15.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