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몹쓸 병 때문에 신선이 되다 (神仙由惡疾)

Abigail Abigail 2022. 5. 23. 01:23

몹쓸 병 때문에 신선이 되다 (神仙由惡疾)

················································ 한포재 이건명 선생, 마음 가는 대로 읊다(漫吟)

 

병으로 사직해 돌아오니 온갖 근심 사라지는데(謝病歸來萬慮休)

한 줄기 강물은 초가을 풍광이어라(一江雲物接新秋)

소라고 하건 말이라 하건 나와 무슨 상관이랴(呼牛呼馬吾何與)

새와 물고기 구경하매 흥은 절로 여유롭다오(觀鳥觀魚興自悠)

몹쓸 병 때문에 신선이 됨을 애초에 믿었고(始信神仙由惡疾)

또 지주(砥柱)로 인해 물결이 순탄해 짐을 아노니(且知砥柱卽安流)

궁벽한 마을엔 하루 종일 말 거는 이 없어(荒村盡日無人問)

저물녘 갈매기한테 이런 심정을 말해주노라(晩契惟應付白鷗)

 

1) 소라고……상관이랴 : 시비(是非)는 다른 사람의 평가에 맡기고 자신은 상관하지 않음을 뜻한다. 《장자》 〈천도(天道)〉에 “나를 소라고 부르면 소라고 하고, 나를 말이라고 부르면 말이라고 한다.[呼我牛也, 而謂之牛; 呼我馬也. 而謂之馬.〕” 하였다.

2) 몹쓸……됨 : 소식(蘇軾)의 〈약송(藥誦)〉에 “《신선전(神仙傳)》에 기록되어 있기를, 수십 명의 신선들이 모두 몹쓸 병으로 인하여 신선의 도(道)를 얻었다.[《神仙傳》有數十人, 皆因惡疾而得仙道.]”라고 하였다.《東坡全集 卷100 藥誦》

3) 지주(砥柱) : 격류 속에도 움직이지 않는 돌기둥. 어려운 시기에도 지조를 굳게 지키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강상초루도, 원령 이인상 선생

출처 : 《한포재집(寒圃齋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