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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권 박탈과 신뢰할 수 있는 사법제도

Abigail Abigail 2022. 4. 17. 08:57

검찰 수사권 박탈과 신뢰할 수 있는 사법제도

 

“한 고조(漢高祖)가 삼장(三章)의 법을 약정하고, 당 태종(唐太宗)이 태배(笞背)의 형(刑)을 폐지하고 삼복(三覆)의 제도를 만들었으니, 한나라와 당나라가 오래 간 것은 실로 이 때문입니다.” 이 말씀은 1653년 7월2일 백강 이경여 선생이 효종대왕에게 상차(上箚)한 말씀으로 한 나라의 사법제도의 운영이 그 나라의 장래에 얼마나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말해준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특히 지난 오년간 부정선거, 대형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와 재판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무너져 내린 형국인데, 지금 또 다시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국민들의 우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인권(人權)은 태산과 같은 것으로 각종 범죄를 다룰 때에는 그 속 깊은 정상까지 두루 완벽하게 살펴야 한다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검사가 서류만 검토하고 기소한다면 어떻게 그 깊숙한 정상을 제대로 완벽하게 파악할 수가 있겠는가?

 

이에 대해 백강 선생은 대사헌(검찰총장에 해당) 형조판서(법무장관에 해당) 영의정까지 역임한 오랜 경륜을 거친 후에 위의 상차문(上箚文)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였다.

 

“정상(情狀)을 묻지 않고 법에만 맡기는 것은 옥사(獄事)를 다스리는 데에 크게 해롭고, 빨리 판결하지 않고 지체시키는 것은 옥사를 결단하는 데에 큰 폐단이 되는 것입니다. 과실로 지은 죄는 커도 용서하고 고의로 지은 죄는 작아도 죄주며, 개전(改悛)의 정을 보이지 않고 재범한 자는 사형에 처하고 과실 또는 재앙 때문에 죄지은 자를 용서하는 것이야말로 천고(千古)의 성왕(聖王)이 형옥을 삼가는 바른 뜻입니다. 살리기를 좋아하는 그 마음이 지극한 정성에서 나왔기 때문에 불쌍히 여기는 게 지극하여 반드시 그 정상을 살피는 것이 이러하였던 것이니, 천하에 어찌 원망하는 백성이 있었겠습니까. ~ 형옥(刑獄)을 맡은 관원이 다른 일을 겸하지 말고 옥사를 살피는 일에 전념하여 빨리 판결하도록 힘쓰게 하여 옥사를 지체시키지 말게 해야 할 것입니다. 낭리(郞吏)의 선임도 학문이 있고 공평한 선비를 가려서 옛 정리(廷吏)의 제도처럼 논의를 도와 옥사의 평결을 아뢸 수 있게 해야 합니다. ~ 예전에 천조(天祚)를 길이 누린 분들은 반드시 인심을 굳게 매는 방법이 있어 깊고 두터운 은택을 백성에게 입혔습니다. 그런 다음에 백성들이 구가(謳歌)하였으니, 이것이 선왕께서 기강(紀綱)을 태산처럼 안정되게 하고 하루아침에 흙이 무너지는 걱정을 없게 만든 방법입니다.”

 

생각건대, 사법제도를 운용함에 있어 특별히 유념해야 하는 것은 그 제도로 인해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만이 불공정하게 법망을 피해 혜택을 입거나 또는 불공정한 불이익이나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을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것이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한 것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헌법에 근간(根幹)이며, 사법제도의 생명은 진리와 정의와 공정함에 있기 때문이다.

 

2022. 4.17. 素淡